건축사협회 "건축 업무 분리 발주, 협력 시스템 붕괴 우려"
건축사협회 "건축 업무 분리 발주, 협력 시스템 붕괴 우려"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10.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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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기술사가 구조설계·감리하도록 하는 '건축법 개정안' 반대
석정훈 건축사협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건축 구조설계·감리 업무 분리 발주 법 개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건축사협회)
석정훈 건축사협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건축 구조설계·감리 업무 분리 발주 법 개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건축사협회)

건축사협회가 건축 설계·감리 분리 발주를 골자로 한 법 개정 움직임에 건축 협력 시스템 붕괴 가능성을 지적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17일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구조 분야 설계·감리 업무를 별도 계약해 수행하도록 한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5일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건축물 설계와 공사감리를 예외적인 때를 제외하고 건축사만 수행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건축물 구조상 안전 등을 위해 건축구조기술사 등 관계 전문기술자의 협력을 받도록 한다.

강대식 의원은 이런 체계로는 건축구조기술사의 역할이 건축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져 구조상 안전에 대한 전문성이 제대로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발생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원인으로 설계와 시공, 감리 등 건축 모든 과정에서 구조상 안전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구조 분야에 대해 건축물 설계와 공사감리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을 보면 건축물 구조 관련 설계를 건축구조기술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새로 담겼다. 또 건축주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규모·구조 건축물을 건축할 때 '건축사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공사감리자로 지정한다'는 기존 법 규정이 '건축구조기술사와 함께 건축사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공사감리자로 지정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현행법은 허가권자가 현장조사·검사·확인 업무를 맡길 수 있는 대상을 '건축사'로 한정했는데 이 대상도 '건축구조기술사'까지 확대했다.

건축사협회는 이 개정안이 건축물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건축 관계자 간 협력 시스템 붕괴만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축과 구조는 어떤 분야보다 밀접한 협력이 필요한 업무인데 분리발주로 업무 비효율이 초래되고 책임 범위가 모호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정안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물론 건축 관련 단체와 협의 없이 발의된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석정훈 건축사협회장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고를 비롯한 건설 현장 안전사고는 저가 수주 경쟁과 전문인력 부족, 감리독립성 결여 등 종합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건축과 구조 업무만 분리하면 된다는 근시안적 접근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건축사협회는 건축 안전과 품질을 보장하려면 건축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향상과 적정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