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3년' 현대차 글로벌3위·영업익6배…'퍼스트무버' 통했다
'정의선 3년' 현대차 글로벌3위·영업익6배…'퍼스트무버' 통했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10.1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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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영업익 60% 상승…연 가이던스 26조6000억
정 회장 개발추진 'E-GMP' 전기차, 3대 올해의 차 석권
향후 과제는 SDV 고도화·중국시장 공략·기업문화 혁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3년 만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선도 기업에 올랐다. 전기차에 집중해 사상 첫 글로벌 3위에 올랐고 영업이익도 대폭 끌어올렸다. 끊임없는 혁신과 퍼스트무버 전략으로 외형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사상 처음 판매량 3위에 오른 뒤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상반기엔 366만대가량 판매하며 4위인 스텔란티스와 격차를 전년 대비 2배 가량 벌렸다.

이에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0.7% 증가한 80조원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9.5% 상승한 7조8310억원을 올렸다. 특히 증권사들은 현대차·기아가 올해 26조623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0년 10월14일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보다는 ‘내실’과 ‘미래’에 방점을 찍어온 정의선 회장의 경영철학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현대차 내 SUV와 제네시스 비중은 2017년 31.7%에서 올 2분기 58.7%로 27.0%p(포인트) 상승했다. 기아의 RV 비중도 같은 기간 38.4%에서 68.0%로 29.6%p 증가했다. 그중 2015년 정의선 당시 부회장 주도로 출범한 제네시스는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 등을 인정받으며 최근 글로벌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정 회장은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판매 증가, 품질 호평, 실적 증대 등 ‘일거삼득’의 효과를 거뒀다.

정의선 회장 취임 전후 현대차-기아 합산 매출, 영업이익.[그래픽=장유리 기자]
정의선 회장 취임 전후 현대차-기아 합산 매출, 영업이익.[그래픽=장유리 기자]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취임 직후인 2020년 12월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의 뼈대인 E-GMP의 상세 기술과 스펙을 전세계에 공개했다. E-GMP는 전동화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들이 갖지 못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기차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 회장의 결단에 따라 개발됐다.

이후 출시된 E-GMP 기반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 5, EV6, GV60, 아이오닉 6, EV9는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톱티어 브랜드로 도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전기차들로 세계 올해의 차,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를 모두 석권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사설에서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맹추격 중”이라며 주목했고 블룸버그는 “현대차가 조용히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는 중”이라고 호평했다. 또 올 1월 글로벌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MotorTrend)는 정 회장을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 2023)’로 선정하며 “자동차 기업 CEO 이상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회장은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차)의 고도화, 중국시장에서의 재도약, 기업문화 혁신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SDV는 최신 소프트웨어로 주행, 편의, 안전 등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제공하는 자동차를 뜻한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파워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지만 최상위권 업체와의 격차가 아직 크다고 본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공략도 필수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한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현지 생산시설 최적화와 효율화, 현지 맞춤형 제품 강화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문제점들을 정 회장과 경영진도 충분히 파악하고 공감하고 있는 만큼 과제 극복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분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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