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은행채 급증…韓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
고금리 장기화·은행채 급증…韓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3.10.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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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금리 美 동조화…은행채 순발행 기조에 시장 부담↑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국내 국고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미국 국채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영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 연말까지 채권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다. 우량채로 분류되는 은행채 발행이 늘면서 채권시장 시중 자금을 흡수해 회사채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6일 기준 4.240%를 기록했다. 이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4일 4.351%보다 소폭 내린 수준이다.

또한 국고채 2년물과 3년물 금리는 각각 3.978%, 4.015%로 추석 연휴 전보다 0.098%포인트(p), 0.131%p 상승했다.

국고채 금리가 오른 것은 미국 국채 수익률에 동조화된 영향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4일 4.887%까지 오르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썼고, 6일 소폭 하락한 4.795%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달 연속 은행채 순발행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채권시장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은행채는 4조6800억원 순발행됐다. 8월(3조7794억원)에 이어 2개월 연속 순발행으로 올해 최대 규모다.

은행채가 순발행 기조로 전환한 것은 지난해 김진태 강원도지사 발언으로 촉발된 채권시장 자금경색 이후 출시된 고금리 예·적금 만기가 도래하면서 은행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채권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은행채 발행이 늘 경우 채권시장 내 자금을 흡수해 회사채 수급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회사채 금리 부담을 이유로 기업들이 은행을 통해 자금 조달(대출)에 나설 경우, 은행채 발행 증가로 회사채 금리도 덩달아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아울러 또 다른 우량채 ‘한국전력’ 채권 발행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국내 채권시장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요금 인상 제한으로 해마다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한전은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트리플A(AAA)로 신용등급이 높은 한전이 채권 발행을 확대하면 일반 회사채로 가야 할 자금 수요가 한전에 쏠리면서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는 약해질 수 있어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 금리는 대외 이벤트에 의존적이었고 최근 한국과 미국 금리 간 상관관계 역시 높아졌다”며 “은행채 발행량 증가 등 악재로 채권시장 수급 불안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inseob200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