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美 국채 금리 상승…韓 금융시장 시련의 계절 오나
달러 강세·美 국채 금리 상승…韓 금융시장 시련의 계절 오나
  • 박정은 기자
  • 승인 2023.10.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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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긴축 발작 리스크 및 경제 위기 가능성 확대 우려"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최근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뉴욕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까지 휘청이는 모습이다. 특히 미 달러화 강세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하반기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금리 인상 실물경제 적용 시차와 금리 긴축 지속으로 인한 소비 감소 등으로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지난해 1월 0.25%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올해 7월 5.50% 수준까지 1년6개월만에 5.25%포인트(p)나 올린 뒤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급격한 미 기준금리 인상 배경은 사상 유래없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비교적 양호한 실업률이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올해 1월(296.80)부터 지난달(307.03)까지 10.23%나 오르면서, 물가관리를 우선하는 중앙은행에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 긴축의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실업률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 8월 말까지 3.50%~4.00% 수준을 보이며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기업 등에 부담을 더하고, 이에 노동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통상 18~24개월 정도 뒤에 이런 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부터 미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것을 고려하면, 이에 따른 노동시장 후폭풍은 2024년까지 여유가 있다는 점도 미 연준의 지속적인 통화 긴축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미 연방준비은행(연은)과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인사들이 잇달아 매파적(통화 긴축) 발언을 쏟아내면서 미국 증시는 2% 가까이 급락했고, 10년물 장기 국채 금리는 물론 원·달러 환율도 연고점을 터치했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장중 4.81%대에 도달하면서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2년물 금리와 10년물 금리 차가 몇 달 전 108bp(1bp=0.01%)에서 35bp까지 좁혀졌다"면서 채권 시장 경기침체 신호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12개월간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어 국내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미 채권금리 인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4.2원 상승한 136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10일 종가 기준 1377.50원 이후 최고치다.

같은 날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9.38p(-2.41%) 내린 2405.69에 거래를 종료했다. 지난 3월14일(-2.55%) 이후 최대 폭 하락이다.

코스닥도 전장보다 33.62p(-3.99%) 급락한 807.40에 장을 닫았다. 마찬가지로 7월26일 급락(-4.18%) 이후 가장 컸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인해 한국 경제는 장기 저성장세를 계속 보일 것"이라며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경제는 지금 1989년 일본 경제와 같다"며 "당시 일본이 경기 하락하기 시작하고 집값이 빠지는 등 최근 4년 동안 한국 경제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 추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긴축 발작(신흥국 통화, 채권, 주식 급락 현상) 리스크가 재연될 여지가 있다"며 "원·달러 환율도 연고점을 경신한 데다 주가와 채권 가격 등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역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최근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지속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추 부총리는 "투기적 거래로 외환시장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고 필요시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 등도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him56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