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스로 땅파고 평탄화까지…HD현대 미래건설현장 가다
[르포] 스스로 땅파고 평탄화까지…HD현대 미래건설현장 가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9.22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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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컨셉트 X2 첫 시연…굴착기 작업성능 13%↑+도저 추가
이동욱 "우리 기술이 세계 최고"…여러 건설사와 실증 추진논의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20일 보령 성능시험장에서 무인 굴착기와 도저를 시연하는 모습.[사진=장민제 기자]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20일 보령 성능시험장에서 무인 굴착기와 도저를 시연하는 모습.[사진=장민제 기자]

깊은 산속에서 도저와 굴삭기가 작업에 한창이다. 여타 기기와 달리 운전자는 물론 조종석조차 없지만 한 치의 오차 없이 땅을 파거나 다지고 고르는 작업을 알아서 수행한다.

지난 20일 방문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보령PG(성능시험장)’에선 이 같이 무인 자동화된 미래의 건설현장을 엿볼 수 있었다.

보령PG는 HD현대 건설기계 부문의 ‘스마트 건설실증 연구단지’다. 2019년 준공돼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건설기계 실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석산지대로 건설기계작업환경과 유사하고 주변에 민가가 적어 소음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군산공장과 가깝다는 점에서 부지로 선정됐다.

이날 보령PG에선 HD현대 건설기계 무인·자동화 솔루션 ‘Concept-X2’의 국내 첫 시연회가 열렸다.

‘Concept-X’는 드론을 통한 지형 측량, 데이터 자동 분석 및 공사 계획 수립, 무인 건설기계 및 관제센터 운용 등 공사 전체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관제 솔루션이다.

이번에 시연된 ‘Concept-X2’는 ‘Concept-X’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기존과 달리 실제 캐빈이 없는 무인 굴착기와 휠로더를 갖췄고 무인 도저도 추가됐다. 특히 굴착기의 경우 버킷에 ‘틸트로테이터’를 장착해 상하로만 가능하던 움직임을 좌우 45도 기울기, 360도 수평회전도 가능토록 했다.

이번 시연에선 무인 굴착기와 도저가 등장했다. 도저는 자율주행으로 등장해 지면을 평평하게 골랐고 굴착기고 자동으로 움직이며 정면, 사면 그리딩(평탄화) 작업을 실시했다. 라이다, 레이더 등으로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자동으로 이동해 스스로 작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자율주행으로 후진 중 사람이 차량 뒤에서 감지되자 멈춰서기도 했다.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이 20일 보령PG에서 시연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장민제 기자]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이 20일 보령PG에서 시연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장민제 기자]

시연을 보고 있으니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닌 걸로 보였다. 하지만 원격조정으로 직접 운전해본 결과 평평하게 골라야 할 지면은 움푹 파였고 작업속도도 그리 빠르진 못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에 따르면, ‘Concept-X2’는 이전대비 작업효율을 13% 개선해 일반 숙련자 수준을 달성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이런 기술의 준비를 시작한 건 2014년부터다. 당시 10년 계획을 우선 수립했고 이후 3년 단위로 목표를 정했다. 2017년엔 ‘Concept-X’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2018년 12월 바우마 차이나 전시회에서 5G 굴착기 원격제어 기술을 세계 최초 공개했다. 2019년 4월 독일 바우마에서 8500km 거리 원격제어 기술을 선보였고 같은 해 11월 보령PG에서 세계 최초로 무인화·자동화 종합 관제 솔루션 시연에 성공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무인 자율작업을 포함한 자율 기술의 경우 세계 최고수준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의 기술력 위에 극대화된 시너지를 바탕으로 건설기계 분야 자동화 및 무인화 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의미다.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은 이날 자리에서 “우리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자신했다.

다만 드론을 통한 측량기술 외 당장 상용화는 어렵다. 무인, 자동화, 자율주행 건설장비의 승인, 보험 등 규제문제가 아직 존재하고 안전성 등 테스트할 부분도 남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Concept-X2’를 대형사업장에 우선 투입하려 한다. 여러 건설사와 도입을 협의 중”이라며 “상의를 통해 실증사업을 거치고 검증이 되면 상용화 될 것 같다”고 말했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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