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부결' 호소에도 ‘반란표의 승리’... 민주당 혼돈 속으로
이재명 '부결' 호소에도 ‘반란표의 승리’... 민주당 혼돈 속으로
  • 진현우 기자
  • 승인 2023.09.2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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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은 당내 ‘반란표’를 만들어낸 ‘비이재명(비명)계’의 승리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대표에 대한 사실상 불신임 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에 따라 반란을 주도했던 비명계 의원들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21일 체포동의안 표결을 불과 5시간 남겨두고 병상을 찾은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향후 당 운영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막판까지 '부결'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나 지도부의 당 운영에 대해 우려하는 의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편향적인 당 운영을 할 의사나 계획이 전혀 없고 지난 총선 태스크포스(TF) 구성에 있어서도 다양한 의견들과 의원들로 구성되도록 노력한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운영에 있어서도 그렇게 다양한 의견들을 모아내고 의원들의 통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당대표와 당 지도부가 다 함께 마음을 모아서 노력하겠다는 대화를 (두 사람이) 나눴다"고 소개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통합적인 당 운영에 도움이 되는 기구가 필요하다면 그런 기구를 만드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말씀을 이 대표가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이 대표의 부결 호소에도 당내 이탈표가 30표 이상 발생하면서 체포동의안은 통과됐다. '구속' 기로에 놓인 이 대표와 친명계로선 법원의 영장 기각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게 됐다. 영장이 기각되면 비명계 의원들이 가결 명분으로 내세웠던 선제적인 사법리스크 해소도 가능해진다.

앞서 지난 2020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이 대표가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 바 있다.

일단 민주당 내부는 거센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친명계 강성 지지층은 ‘반란’에 동조했던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색출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친명계 강성 지지자의 목소리가 왜곡돼 중도층 확장에 실패하고 역으로 민주당 총선 전망에 먹구름이 끼게 할 수 있단 반론의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받아들일 경우 민주당은 지금보다 더 극한 ‘내전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 사상 초유의 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데 이어 구속까지 될 경우 민주당으로선 엄청난 타격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당 안정을 위한 연착륙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잔여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다만, 국정감사를 포함한 정기국회 일정이 있는 만큼 당장 전당대회를 열기엔 부담스런 상황이다. 일단 구속 이후 곧바로 이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후 공천권을 쥐게 될 비상대책위원회에 어떤 색깔이 입혀질 지에 따라 총선 전망이 변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친명계가 비대위를 차지하며 이 대표가 ‘옥중공천’을 할 경우 도로 ‘이재명당’이 돼 민주당 총선 전망에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반대로, 과거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김부겸 전 총리 등 이른바 ‘비명계 구원투수’가 등장할 경우 중도층 확장이 용이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 구속시 최대 과제는 계파 통합이 될 것”이라며 “계파색이 옅은 김 전 총리를 양쪽에서 밀어 위기를 막으려는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hwj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