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갑질한 미 '브로드컴', 191억 과징금 철퇴
삼성전자에 갑질한 미 '브로드컴', 191억 과징금 철퇴
  • 표윤지 기자
  • 승인 2023.09.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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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선적 중단 '불공정 계약' 강요…브로드컴 행정소송 예상
공정거래위원회 전경.(사진=신아일보DB)
공정거래위원회 전경.(사진=신아일보DB)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에 부품 공급 관련 장기계약(LTA)을 강요한 미국 회사 브로드컴에 제재를 가했다.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LTA에 체결하지 않을 시 부품 선적 중단 등 불공정한 조건을 내건 브로드컴에 과징금 191억원을 잠정부과했다고 21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당시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기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부품을 브로드컴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브로드컴은 2019년 12월 삼성전자가 경쟁 부품사업자로 이탈하지 못하게 하고 장기간 매출을 보장받고자 LTA 체결 전략을 수립했다. 

브로드컴이 내건 전략인 선적 중단, 구매주문 미승인 등으로 인한 심각한 공급차질로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3년간 매년 브로드컴의 부품을 최소 7억6000만달러 구매 △실제 구매금액이 7억6000만달러에 미달하는 경우 차액을 배상하는 등의 내용이 적힌 LTA에 서명했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당시 삼성전자에 '구매주문승인 중단, 선적 중단' 조치에 대해 스스로 '폭탄 투하', '핵폭탄'에 비유하고 '기업윤리에 반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협박'이라고 생각하는 등 삼성전자가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해당 계약에서 불리한 상황이었고, 브로드컴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상황은 당시 '생산라인에 차질이 우려된다', '가진 카드가 없다', '브로드컴이 급한 게 아니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메일 내용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LTA를 이행하기 위해 당초 채택했던 경쟁사 제품을 브로드컴 부품으로 전환했다. 또 구매 대상이 아닌 보급형 모델까지 브로드컴 부품으로 탑재하고 다음연도 물량을 선구매하는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8억달러 부품을 구매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LTA로 삼성전자 부품 선택권이 제한되자, 브로드컴의 경쟁사업자들은 제품의 가격과 성능에 따라 정당하게 경쟁할 기회를 빼앗겼다"며 "또한 장기적으로는 부품제조사의 투자 유인이 없어져 혁신이 저해되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브로드컴의 행위가 거래상대방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이 같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브로드컴이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또한 브로드컴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두 기업간 법정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py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