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학원 수능출제 교사에 접근, 문항 구매… 최고 5억 건네
입시학원 수능출제 교사에 접근, 문항 구매… 최고 5억 건네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3.09.1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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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수능·모의평가 출제·검토 참여 교사 24명 드러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입시학원 등 사교육 업체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와 검토 등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접근해 모의고사 문항을 구매한 사실이 드러나 교육계 안팎에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사교육 업체에 킬러문제 등이 포함된 모의고사 문항을 판매하고, 수능 및 모의평가(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출제와 검토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난 교사는 24명이다.

이들 24명의 교사들은 최소 모의평가 출제에 1번, 최대 수능·모의평가 출제에 5·6회 정도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현직 교사들로 이들에게 돈을 건네고 문항을 구매한 사교육 업체 중에선 이른바 ‘일타강사’로 불리는 대형 학원 강사와 학원 계열사 다수를 거느린 대규모 입시학원 등도 포함됐다.

사교육 업체와 유명 강사들은 인맥·학맥을 총동원해 수능 및 모평 출제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교사들을 파악한 후 이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학맥을 이용해 최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주요과목(국어, 영어, 수학 등) 교사들을 파악하고, 이 중 모의고사 문제 등을 출제한 경험이 있는 교사들에게 접근해 또다른 출제경험 교사를 소개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교육 업체들은 교사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모의고사 문항을 구매하는 대가로 최대 5억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구매한 문제 중에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도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5억원 정도 고액을 받은 데는 당연히 수능문제 출제에 참여했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실제 수능 문제의 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수능 시험이나 모의고사 1회 출제와 검토에 투입되는 인원은 최대 500명가량인데 이들 사교육 업체에 돈을 받은 수능·모평 출제 교사는 일부분이라는 게 이유다. 특히 수능이나 모평 출제 기간엔 문항을 연이어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어느 특정 교사가 출제하려고 의도한 문제가 실제 수능과 모의평가에 나오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교육 업체에 돈을 수수한 교사들을 통해 건네받은 문항들이 실제 수능 출제 문항과 유사할 경우, 큰 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또한 교육부가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교사들을 앞으로 수능 및 모평 출제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질적인 효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내년(2024년) 수능 출제진을 구성할 때 감사원과 협의 후 사교육 업체 문항 판매자는 철저히 배제하고, 또 올해 하반기에는 문항 판매자의 수능·모의평가 출제 참여를 원천 배제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