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모로코, 120년 만의 최강 지진…사망자 2100명 이상
북아프리카 모로코, 120년 만의 최강 지진…사망자 2100명 이상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09.11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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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규모 4.5 여진…‘골든타임’ 임박에 필사의 구조·수색 지속
구조 난항 속 사상자 증가 우려…세계 각국 지원 손길 잇따라
9일(현지시간) 지진으로 무너져내린 모로코 마라케시 인근 마을 주택의 모습(사진=AP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지진으로 무너져내린 모로코 마라케시 인근 마을 주택의 모습(사진=AP 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발생한 120년 만에 강력한 지진으로 인해 숨진 사람의 숫자가 2100명을 돌파했다.

지진 발생 사흘째 규모 4.5의 여진이 관측되는 가운데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임박하면서 곳곳에서 필사적인 생존자 구조·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구조대의 접근이 어려운 산간 지역의 피해가 커 사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모로코 국영 일간지 ‘르 마탱’은 10일(현지시간) 내무부가 “이날 오후 4시 현재까지 이번 지진으로 2122명이 숨지고 2421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보도했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351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고, 타루다트 주 492명, 치차우아 주 201명 등의 순이었다.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에서도 17명이 희생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내무부는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되는 터라 사상자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번 지진은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께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 지점에서 발생했다. 관측된 규모는 6.8이었다.

19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기록이 있는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지난 120여 년간 이 주변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강력했다. 

지진 피해자 구조에 나선 모로코군(사진=AFP 연합뉴스)
지진 피해자 구조에 나선 모로코군(사진=AFP 연합뉴스)

USGS는 이번 지진의 인명피해 추정치 평가를 이날 지진 발생 직후 내린 기존의 ‘황색경보’에서 ‘적색경보’로 두 단계 상향했다.

USBS는 이번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1000명에서 1만명일 가능성이 35%로 가장 높다고 봤다. 그러나 1만∼10만명에 이를 가능성도 21%로 전망했고, 6%의 확률로 10만명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으로 30만 명 이상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강진 피해 지역에서는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지진 발생 이후 72시간이 다가오면서 필사의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모로코 당국은 군까지 동원해 생존자 구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그러나 피해 지역의 험준한 산세와 취약한 도로 여건이 구조대의 발목을 잡으면서 곳곳에서 가족을 잃은 생존자들이 절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구조대는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를 따라 피해 지역에 접근해야 하지만, 지진이 산을 뒤흔들면서 떨어져 나온 암석이 도로 곳곳을 막아놓았다고 물라이 브라힘 지방정부는 전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에게 여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 따르면 휴일인 이날 오전 9시께 마라케시 서남쪽 83㎞ 지점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를 3.9로 추정한 USGS가 밝힌 진앙은 북위 30.99도, 서경 8.44도로 지난 8일 강진 진앙(북위 31.11도, 서경 8.44도)과 가깝다. 두 기관 모두 진원 깊이는 10㎞로 파악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여진이나 금이 간 건물의 추가 붕괴를 우려해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노숙에 나선 주민들도 많았다.

전통시장과 식당, 카페 등이 모여있는 마라케시 최고의 명소 제마 엘프나 광장은 이들의 피난처가 됐다. 

모로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도 강진 피해를 피해 가지 못했다. 마라케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시가지 메디나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로 ‘마라케시의 지붕’으로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첨탑(미나렛)도 일부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대 도시의 건물과 벽은 지진을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은 까닭에 모로코에서는 전례가 드문 강력한 진동에 속수무책이었다.

진앙이 위치한 아틀라스산맥의 가장 중요한 유적 중 하나인 틴멜 모스크도 이번 지진으로 일부가 무너졌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에 전 세계 각국에서 지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모로코로부터 공식 지원 요청을 받은 스페인이 군 긴급구조대(UME) 56명을 현지에 파견하는 등 모로코를 돕기 위한 발걸음도 일부 빨라지는 양상이다. 

튀니지에서는 전날 구조팀 50여명이 모로코로 향했고, 카타르에서도 87명의 인력과 구조견 5마리가 현지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편다. 알제리도 모로코와 단교 이후 2년간 폐쇄했던 영공을 인도적 지원과 부상자 이송을 위한 항공편에 개방했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