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Pick!] 與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중소기업은 2년 미뤄야"
[입법 Pick!] 與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중소기업은 2년 미뤄야"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9.0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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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임의자 의원,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발의
기업-노동계 의견 엇갈려… 민주·정의 공감 못해
임이자 의원.(사진=연합뉴스)
임이자 의원.(사진=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지난 7일 발의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법인은 물론 사업주에게도 책임을 묻는다는 골자로,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2022년부터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됐고, 다음해 1월27일부터는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 포함된다.

임 의원은 개정안에서 근로자 50인 미만 중소사업장 경우 △준비 부족 △만성적인 인력난 가운데 안전 및 보건관리 전문인력 확보 및 비용 문제 △기업 대표가 대부분의 업무를 책임지는 상황 등을 언급하며 중소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하기에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고 지적한 뒤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유예 기간을 2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한 기업계와 노동계의 시각은 상이하다.

기업계는 대다수 중소기업이 고물가·고금리로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사법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중기회) 회장은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실을 찾아 "현장에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 적용을 강행한다면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입법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범법자들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며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처벌만 내세우기보다 준비기간을 부여하고 산재예방 정부 지원예산 확대에 나서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앞서 중기회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 892사를 대상으로 지난달 23~25일 동안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실태 및 사례'를 조사한 결과 85.9%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준비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대상 가운데 80%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준비하지 못했다(아무 준비도 못했다 29.7%, 상당 부분 준비하지 못했다 50.3%)'고 응답했으며 '상당 부분 준비가 됐다'는 응답은 18.8%,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1.2%로 나타났다.

준비하지 못한 이유로는 '전문인력 부족(35.4%)', '예산 부족(27.4%)', '의무 이해가 어렵다(22.8%)' 등이 높은 비중을 보였다.

임 의원의 개정안은 기업계의 이같은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와 달리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다량의 산업재해가 발생하므로 오히려 더욱 시행돼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7일 성명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을 죽음의 일터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은 영세하다는 이유로 많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규제도 적용 제외된 채 수십 년을 방치돼왔고, 그 결과 이들의 산업재해는 전체 8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 적용을 2년 유예한다고 과연 무엇이 달라지고 준비될지 의문"이라며 "준비가 안 됐고 역량이 안 된다는 경영계 주장은 2년 뒤, 10년 뒤에도 똑같을 것이다"고 거세게 질타했다.

개정안에 대한 야당의 반응도 냉담하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개정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3년의 유예 기간을 뒀는데, 다시 유예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선 그었다.

강 의원은 "3년이라는 유예 기간을 뒀는데도 개선이 되지 않은 것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체에서 노동자의 목숨을 어떻게 바라보냐는 문제다"며 "유예를 더 시켜 줄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분명히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수진(비례) 의원은 해당 정책을 두고 총선을 앞두고 기업을 향한 '선심성 정책'의 일환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건설안전특별법 통과 등 구체적으로 산재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런 법안들의 통과를 국민의힘이 막고 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한다면 노동자들이 사망하지 않도록 하는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지, 대안의 일종인 건설안전특별법은 통과시킬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중소기업들의 준비가 안 됐으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자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고 질타했다.

중소기업의 대다수는 하청업체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사실상 하청업체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원청도 그 책임을 함께 피해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하청사의 책임만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원청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며 "실제로 산업재해와 관련해 원청의 책임이 (중대재해처벌법상) 분명히 적시돼 있기 때문에 대기업 좋은 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