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대기업 생산 11개월 연속 마이너스…'상고하저' 흔들리나
제조업 대기업 생산 11개월 연속 마이너스…'상고하저' 흔들리나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3.09.0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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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생산·출하·재고 모두 악화…정부 "기상악화 등 일시적 요인"
부산 신항만 전경 (사진=신아일보DB)
부산 신항만 전경 (사진=신아일보DB)

중국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11개월 연속 제조업 분야 대기업 생산이 줄었다. 특히 7월에는 출하·재고 지표까지 일제히 악화된 모습이어서 그동안 정부가 밝힌 '상저하고' 전망도 위협받는 모습이다. 정부는 여전히 기조적인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며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했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7월 제조업의 대기업 생산지수는 105.7(2020년=100·불변지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6%를 기록했다.

작년 9월(-0.3%, 전년 동기 대비) 이후 제조업 대기업 생산은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는 지난 2016년1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긴 마이너스 흐름이다.

지난 1월 -14.7%로 정점을 찍은 대기업 생산 감소 폭은 지난 6월 -7.7%까지 개선됐지만, 7월 다시 확대됐다. 이에 따른 1~7월 누적 기준 제조업 대기업 생산도 작년 동기 대비 -9.9%를 기록해 2015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특히 7월 제조업 대기업 지표는 생산은 물론 출하·재고 지수까지 전달보다 악화되면서 하반기 경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기간 제조업 대기업 출하는 -5.2%(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하며 두 달 만에 마이너스 전환했다.

올해 4월과 5월 두 달 연속 증가했던 대기업 재고는 6월 5.4%로 개선됐지만, 7월 7.3%로 다시 악화했다.

1월부터 6월에 이어 7월에도 우리 경제에 파급력이 큰 제조업 대기업과 관련한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대기업 관련 지표 부진으로 제조업 취업자 수 역시 1월부터 7월까지 연속 감소 흐름을 보였고, 여기에 이상기후와 기저효과 등 일시적 요인은 물론 세수 펑크와 중국 경기회복 지연 등에 하반기 경기 회복을 기대할 만한 요인이 마땅치 않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월 제조업 수출 출하는 역대 가장 큰 폭인 14.5% 감소했는데, 이는 중국 내수 부진 영향이 본격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역시 중국의 더딘 경기 회복이 출하 급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석했다. 

여기에 7월 소매 판매가 비내구재·준내구재뿐만 아니라 기후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내구재까지 모두 줄면서 3년 만에 최대폭인 3.2% 감소하는 등 소비 지표마저 하반기 상고하저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올해 상반기 노동자 실질임금은 355만8천원으로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 감소(-1.5%)했고, 2분기 국내 가구 실질소득 역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3.9%)으로 하락한 것도 하반기 한국 경제 불안 요소다.

다만 정부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줄어든 7월 경기 지표는 기상악화, 자동차 판매위축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제조업에서 비중이 큰 반도체 수출 물량이 회복세에 있는 점을 긍정적 요인으로 꼽고, 기조적인 회복 흐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1일 국회에서 "지금은 경기가 바닥을 다지면서 회복하기 시작하는 초입 단계"라며 "3∼4분기로 갈수록 수출 성장 지표가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며 상저하고 전망에 힘을 실었다.

한편 민간에서는 최근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침체하면서, 하반기 경기 방향성에 대한 불확신설이 증폭되고 있다며 전형적인 불황 국면에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경제주평-상저하고 가능성 제고를 위한 경기 회복 모멘텀 확보 절실(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을 통해 당초 예상했던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약화하고 있으며, 특히 수출 경기의 조기 회복이 어려운 경우 장기 침체 시나리오('L'자형, 상저하저)가 현실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한국 경제가 대내외 리스크 요인 영향에서 벗어나고 경기 회복 모멘텀 확보를 위해 △'물가 안정'과 '재정건전성 확보'의 중장기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미시적 대응 병행 △수출 경기 침체에 대응해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민간 대응 여력 확충과 중국 이외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 △수출 성장 견인력 급락을 보완할 수 있는 소비의 경기 안전판 기능 확보 △한국 경제의 경기 회복 모멘텀 확보와 중장기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기업 투자 활성화 적극 도모 △경기 침체로 인한 취약 계층의 구매력 약화 가능성에 대응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회 안전망 정비와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