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광주 '정율성 공원' 추진 정조준… 정부, 행정감사 나서
육사 '독립군 흉상' 이전 논란엔 여당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
정치권이 때 아닌 '이념 논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정율성 역사공원을 추진하는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사회통합을 무너뜨린다"고 비판하고, 정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김좌진·홍범도 등 독립운동가들의 흉상을 좌익 활동을 이유로 철거·이전을 추진하면서다.
광주시는 지난 2018년부터 사업비 48억원을 들여 정율성 기념공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항일 투쟁을 위해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광복 후에는 북한에서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올해 연말까지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광주시의 이 사업에 윤 대통령은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 정율성을 '공산주의자'로 지칭하며 "(공원 조성이) 사회 통합과 관용에 부합하는 듯한 것으로 해석된다면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연대와 통합의 기반이 무너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로 말하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의 우려에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도 곧바로 행정감사와 법률검토에 착수했다. 실제 행안부 감사관실은 지난 23일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과 관련한 예산 자료 등을 광주광역시에 요청했다.
여기에 국방부가 육사 내에 있는 김좌진·홍범도·지청천·이범석·이회영 등 독립운동가 흉상을 좌익 활동 이력을 이유로 철거·이전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 논란이 됐다. 국방부는 이들 흉상 대신 일제강점기 간도특설대에서 장교로 복무한 고 백선엽 장군의 흉상을 세우기로 했다.
여기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25일 국회에 나와 한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이 장관은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의 흉상"이라고 표현했는데,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활동 경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흉상 철거 추진을 두고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 선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철거 방침) 사실을 확인하고 '도를 넘어도 정말 한참 넘었다' '이 사람들 제정신이 아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박정희 대통령 당시인 1962년에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 훈장을 수여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이미 정리된 논점인데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7일 SNS에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인가"라며 "육사(육군사관학교) 교정 항일 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 철거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국권을 잃고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로 떠돌며 풍찬노숙했던 항일 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이 오늘 대한민국에서도 이리저리 떠돌아야겠나"라며 "그것이 그분들에 대한 우리의 예우이며 보훈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신구정권이 충돌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논리를 구축할 때 가장 쉽게 논파 당하는 게 반례다. 공산주의니까 안 된다 그러면, 공산주의자에게 서훈을 했던 박정희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자유'라는 단어를 공산의 반대 개념으로 쓰고 계신다. 근데 지금 실질적으로 공산주의가 유지되는 나라는 북한하고 중국 정도일 텐데, 그거 더 때려서 여당이 점수 따기 쉬울까"라고 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아직 여당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과유불급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대한민국 해군에 홍범도함을 만들기도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