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교사 297명, 학원에 문제 팔고 교재 제작…최고 5억원 받아
현직교사 297명, 학원에 문제 팔고 교재 제작…최고 5억원 받아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08.2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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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188명, 겸직허가 안 받아…45명은 5000만원 이상 받기도
교육부 “자진신고 안한 교사 있을 가능성…감사원과 조사·감사”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겨냥해 집중단속을 시작한 지난 6월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문구가 적혀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겨냥해 집중단속을 시작한 지난 6월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문구가 적혀있다.(사진=연합뉴스)

약 300명에 달하는 현직 교사들이 지난 5년간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팔거나 학원교재를 제작하는 등 영리행위를 했다고 자진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일부 교사는 해당 기간 5억원에 달하는 돈을 받았으며, 사교육업체로부터 5000만원 이상 받은 교원도 4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지난 1~14일 사교육 업체와 연계된 현직 교원의 최근 5년 영리 행위 자진 신고 기간을 운영한 결과 총 297명이 자진 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한 사람이 여러 건을 신고한 경우도 있어 건수로는 총 768건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모의고사 출제 537건, 교재 제작 92건, 강의·컨설팅 92건, 기타 47건 등이다.

이번 자진신고는 일부 교원이 사교육 업체에 킬러문항을 제공하고 수천만∼수억원을 받았다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 제보를 확인하고, 교원과 사교육 업체 간의 이권 카르텔을 근절하기 위해 운영됐다.

자진 신고한 교사 중에서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교원은 188명, 건수로는 341건으로 분석됐다. 또 사교육업체로부터 받은 돈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는 45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수도권 고등학교 교사로, 대형 입시학원이나 유명 강사와 계약하고 모의고사 문항을 수시로 제공한 경우에 해당했다.

실제로 경기도내 사립고 수학 교사인 A씨는 7개 대형 학원·강사에 모의고사 문항 제작을 대가로 5년간 총 4억8526만원을 받았다고 교육부에 신고했다. 이는 자진 신고 교원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경우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서울시내 사립고 화학 교사 B씨는 2개 대형 학원으로부터 5년간 3억8240만원, 서울시내 공립고 지리 교사 C씨는 5개 학원에서 4년 11개월간 3억55만원을 각각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만들어 판 대가로 받았다고 신고했다.

A, B, C 교원 모두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이 같은 영리행위를 저질렀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교육부는 자진신고 접수 건에 대해 활동 기간, 금액 등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유형별로 비위 정도와 겸직 허가 여부, 겸직 허가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중히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교원의 경우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겸직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만들어 판 행위가 교원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교육부가 판단한 경우에도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사교육업체로부터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받은 교원에 대해 교육부는 청탁금지법 혐의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리 행위를 한 교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나 모의평가 출제 경험이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출제 업무를 방해했다는 업무 방해 혐의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문항을 만든 교사가 사교육업체로부터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은 경우에는 그 돈에 문항 제작 대가뿐 아니라 정보 제공이라든지 다른 (청탁)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는 자진신고를 하지 않은 교원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감사원과 조사·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에 교원 겸직 허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