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장 청구하면 심사받겠다"… 청구 시기 관건 (종합)
이재명 "영장 청구하면 심사받겠다"… 청구 시기 관건 (종합)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3.08.1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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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의혹 피의자 신분… 4번째 검찰 출석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는 중이다. 대장동, 위례신도시, 성남FC 의혹에 이은 4번째 검찰 출석이다.

배임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24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인근 법원삼거리에 도착한 뒤 미리 설치된 단상 위에 올라 직접 준비한 메시지를 14분간 읽었다.

백현동 개발 사업은 한국식품연구원이 전북 완주군으로 이전하면서 매각한 부지 11만1260m²에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2015년 2월 아시아디벨로퍼가 매입해 추진했다. 개발 과정에서 성남시는 부지의 용도를 자연·보전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고,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조건을 100%에서 10%로 줄여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를 배제했다.

부지 용도 개발이 불가한 자연녹지지역을 성남시가 준주거지역으로 한번 4단계 상향해 용도 변경돼 기업에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개발로 사업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는 지난해 말 기준 3185억원의 분양이익을 얻었고 최대 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는 약 700억원의 배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가 당시 성남시장으로 있었는데,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때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인섭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2015년 1월 아시아디벨로퍼에 영입됐다. 이후 사업이 급속도로 진전됐고 용도 변경 과정에서 김 전 대표가 역할을 하는 대가로 70억 원을 챙긴 것으로도 파악됐다.

검찰은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의 부탁을 받은 '대관 로비스트' 김 전 대표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와 성남시 정책실장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의 친분을 배경으로 이례적인 인허가를 얻어낸 것으로 본다.

또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민간업자에게 유리하도록 성남시의 각종 인허가 조건 변경을 가능케 한 '최종 결정권자'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의 입장문에는 윤석열 정권의 탄압으로 자신이 수사 받게 됐다는 점과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이 담겨졌다.

이 대표는 "저를 희생제물 삼아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권의 무도한 폭력과 억압은 반드시 심판받고 대가를 치를 것이다.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 무도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당당히 맞서겠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고 했다.

시지프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로부터 평생 돌을 정상에 굴려 올려놓는 일을 무한 반복하는 형벌을 받은 인물이다. 다른 의혹 조사에서도 서면 진술서로 답변을 대신해 온 만큼 이번 조사에서도 검찰 질문에 같은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의 혐의 부인에 검찰은 강공 전략으로 맞섰다. 검찰은 공교롭게 이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기 직전 이 대표의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을 압수수색했다. 이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자금 수수’ 재판 위중 사건 조사를 위해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이다.

법조계는 검찰이 또 이 대표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청구 시점이 관건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8월 임시국회 도중 영장이 청구되면 민주당은 여당과 합의해 회기 쪼개기로 이 대표가  바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이라면 국회는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 올려 표결에 부쳐야 한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