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 충격에 매년 1000여건 상담…트라우마 치료 중요성↑
‘천재지변’ 충격에 매년 1000여건 상담…트라우마 치료 중요성↑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07.2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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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지자체, 자연재난 피해자 상담 제공…의료기관과 연계도
전문가 “자연재난 충격, 초기에 ‘심리적 응급처치’ 받는 게 중요”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한 주민이 산사태로 부서진 터전을 앞에두고 눈물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한 주민이 산사태로 부서진 터전을 앞에두고 눈물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장마철 집중호우로 전국에 크고 작은 수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천재지변으로 인해 불안감을 호소하면서 매년 1000여건 이상의 심리상담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갑자기 발생한 자연재난으로 인해 삶의 터전은 물론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을 잃은 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보살피고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일이 수해 복구만큼이나 중요해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행정안전부의 ‘2023년 재난심리회복지원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천재지변으로 매년 1000건 이상의 심리상담이 이뤄졌다.

포항 지진이 있었던 2017년 1802건을 비롯, 2018년 태풍 콩레이 등 풍수해로 1378건, 2019년 강원 산불 관련 403건과 태풍 링링, 미탁 등 풍수해로 1004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2020년에는 집중호우로 1249건, 2021년은 상담건수가 집중호우와 태풍 오마이스 등으로 2822건이었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행안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연 재난을 겪은 피해자에게 심리평가·상담 등을 제공하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료기관으로 연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해처럼 천재지변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땐 초기에 ‘심리적 응급처치’를 받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의학과 교수(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는 “자연재난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가족을 잃고 나서 열악한 대피소 환경에 놓이면 초기에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복구가 시작되면 대체로 회복되지만 유가족과 같은 10∼20%의 고위험군은 한 달이 넘어가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초기에 과거와 똑같이 안전한 환경에서 믿을 만한 사람과 대화하고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고통이 만성화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호강 범람으로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행정복지센터에서 19일 한 이재민이 텐트에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호강 범람으로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행정복지센터에서 19일 한 이재민이 텐트에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자연재난의 복구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인정하고 긴 호흡으로 에너지를 비축하도록 신체 건강관리를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시주거시설에서는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분열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개인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는 풍수해로 인한 심리충격을 자가 진단할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풍수해가 생각났다’, ‘풍수해를 생각나게 하는 것들을 피했다’, ‘풍수해 당시의 격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했다’ 등 21개 문항으로 구성돼있다.

16점 이하는 ‘정상’, 17∼33점 ‘매우 약한 충격’, 34∼50점 ‘약한 충격’, 51∼67점 ‘강한 충격’, 68점 이상 ‘매우 강한 충격’ 상태로 구분된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재난으로 임시주거시설에 머무를 경우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충분한 휴식 △불안과 긴장이 가라앉지 않을 때는 심호흡 △믿을 만한 정보에 귀 기울이기 △주위 사람들과의 소통 등을 권고하고 있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