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원인” vs “잘못된 지적”…학생인권조례 향방은?
“교권침해 원인” vs “잘못된 지적”…학생인권조례 향방은?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07.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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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학생인권조례 재정비’ 공식화…찬반 논란에 더욱 부채질
“학생인권만 지나치게 강조” vs “‘교권추락 원인’ 지적은 잘못”
“교권-학생인권, 상충 아닌 상호보완 관계로 설정돼야” 제언도
2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 초등교사들이 보낸 '시위 트럭'이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2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 초등교사들이 보낸 '시위 트럭'이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2년차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일련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교육계가 들끓자 정부가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수년간 학생인권만 지나치게 강조해오면서 정당한 생활지도에도 아동학대 가해자가 될 위험에 노출된 교사들의 현실로 인해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추세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하는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적잖기 때문에 향후 학생인권조례의 향방이 어떻게 결정될 지 교육계는 물론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관련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 가진 현장 교원과의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 부총리는 “그동안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현장이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때문에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고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지고 있다. 사생활 자유를 지나치게 주장하니 적극적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고 교사 폭행이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도 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단재홀에서 열린 교육부-교총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교원 간담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단재홀에서 열린 교육부-교총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교원 간담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정성국 교총 회장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지나치게 학생 인권이 강조되고 교원을 깎아내리는 분위기가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매우 강하게 작용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밝히며 학생인권조례 재정비에 목소리를 보냈다.

시의회와 도교육청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인권조례 등 모든 서울 교육의 모든 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조례 개정으로 학생 개개인이 갖는 권리의 한계를 더 명확하게 규정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침해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고 등교수업이 활발해지며 힘을 얻어왔다.

학생인권조례는 경기와 서울, 광주 등 6개 시도에서 채택하고 있는데, 주로 체벌 금지와 두발 및 복장 규제 등 인권 침해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과거 권위적이고 억압적이었던 학교 문화 속에서 짓밟힌 학생들의 권리를 되찾아줬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권리 존중 등의 항목은 없어 ‘체벌’ 등을 대신해 교사들이 학생들을 훈육할 정당한 수단이 없어지고 교사들의 권리를 보호할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교권추락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도 적잖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달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마약대응 유관기관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달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마약대응 유관기관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처럼 학생인권과 교권이 반비례한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한편, 학생인권 수준을 높게 유지하면서 교권도 보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13일 열린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학생인권도 교권도 확실히 보호하자는 병행론적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조 교육감은 지난 2월7일 기자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로 교권이 추락했다는 잘못된 비판이 있는데, 학생인권은 학생인권대로 가고 추락했다고 비판받는 교권은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교권침해와 학생인권 간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김창범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3월 주민조례청구를 통해 발의된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검토보고서’에서 2010년 경기, 2012년 서울·광주, 2013년 전북 등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음에도 교권침해 건수는 2012년 7971건에서 2018년 2454건으로 꾸준히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위원은 “학생인권과 교권이 서로 상생·존중돼 인권 친화적인 학교를 조성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20일 서울특별시 제31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열린 서울시 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앞줄)와 폐지 찬성(뒷줄) 기자회견이 각각 열리고 있다.
지난 2월 20일 서울특별시 제31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열린 서울시 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앞줄)와 폐지 찬성(뒷줄) 기자회견이 각각 열리고 있다.

교육부가 추진한 정책연구에서도 학생인권과 교권 간 대립보다는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내용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 1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수업방해 요인 발생 상황에서의 교수학습 활동 보호 방안’에 담겨 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교육개발원 초·중등교육연구본부 교원정책연구실 연구진은 “교권과 학생인권과의 관계 측면에서 서로가 상충관계로 설정되기 보다는 교육여건의 개선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에 궁극의 목표를 두고 상호보완 관계로 설정돼야 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오히려 조례가 없는 곳에서 교권 침해 사례가 더 많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걸 학교가 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메시지가 표현됐을 때 학부모의 공격성이 덜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