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일감몰아준 범OCI그룹 철퇴...이복영 회장 소그룹서 적발
총수일가 일감몰아준 범OCI그룹 철퇴...이복영 회장 소그룹서 적발
  • 표윤지 기자
  • 승인 2023.07.0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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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SGC에너지 계열사 부당 지원...과징금 110억 부과
한기정 "공정경쟁 저해하는 부당내부거래에 엄정한 법 집행"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위)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위)

부당 내부거래로 총수일가에 일감몰아주기를 한 범 오씨아이(OCI)그룹이 과징금 110억원 철퇴를 맞았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업집단 OCI 소속 SGC에너지(구 군장에너지)가 계열사인 SGC솔루션(구 삼광글라스)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0억2000만원을 잠정 부과한다"고 밝혔다.

OCI그룹은 총수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숙부인 이복영(삼광글라스 계열), 이화영(유니드 계열)이 지배하는 3개 소그룹으로 나뉜다. 해당 사건의 부당 지원행위는 이복영 SGC에너지 회장이 지배하는 소그룹에서 적발됐다.

당시 군장에너지(현 SGC에너지)와 이테크건설(현 SGC이테크건설)은 지난 2016년 소그룹 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광글라스의 재무 상태가 악화되자 삼광글라스가 군장에너지에 유연탄 공급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2017년 2월 삼광글라스 소그룹의 실질적인 대표회사로서 그룹 내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이테크건설은 삼광글라스를 지원할 목적으로 군장에너지의 유연탄 소싱 물량을 삼광글라스에 몰아주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이테크건설 또는 군장에너지는 열병합발전소 연료용 유연탄을 구매하기 위해 같은해 5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총 15회 경쟁입찰을 실시하면서 변칙적인 방법으로 삼광글라스가 낙찰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삼광글라스는 입찰시행사인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의 권고와 지시에 따라 유연탄 공급사가 보증한 유연탄 발열량을 임의로 상향하거나 이들로부터 입찰운영단가비교표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입찰실시자료를 제공받는 방법으로 입찰에 참가, 13번 낙찰됐다. 

낙찰 특혜로 삼광글라스는 군장에너지 전체 입찰물량의 46%인 180만톤(t), 금액으로는 1778억원 상당의 유연탄을 공급하는 최대 공급업체가 됐다.

공정위는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내 손익이 악화된 계열사를 다른 계열사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고 판단했다"며 "사실상 형식적인 입찰을 통해 물량을 몰아줌으로써 특수관계인들의 소그룹 내 지배력을 유지·강화한 행위라고 보고 이를 적발제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입찰을 통해 계열사와 거래했으나 변칙적인 방법으로 계열사가 낙찰받을 수 있게 한 행위가 부당내부거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이 혐의 주체가 명확하고 중대성을 띔에도 공정위가 개인이나 기업 등을 고발하지 않았다는 점은 의문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이 건의 경우 지원행위의 주된 목적이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보다는 삼광글라스의 유동성 위기 해소에 있다는 점과 법 위반으로 지원객체가 취득한 부당이득에 비해 과징금이 크게 부과됐다는 점, 지원행위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와 경제력 집중 효과가 크지 않았던 사안으로 보고 그 고발을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어 "개인고발의 경우 특수관계인이 이 건 위법행위에 구체적으로 지시 또는 관여했다는 사실이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지 않아 고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 경중을 가볍게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각 사건별로 법 위반 입증 정도라든가 지원행위의 의도, 지원행위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 경제력 집중 효과 등이 다르기 때문에 심의 결과가 각각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판단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원회에서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y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