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노란봉투법 판결' 비판에 "사법권 독립 훼손"
대법원, '노란봉투법 판결' 비판에 "사법권 독립 훼손"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3.06.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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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불법 파업에 따른 노동조합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정재계 비판이 이어지자 대법원이 나서 "사법권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대법원은 19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판결 선고 이후 해당 판결과 주심 대법관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15일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책임의 정도는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현대차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다시 살펴보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노동계와 야당은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이 확인됐다며 환영했다. 반면 여당은 이 판결이 야권과 노동계가 추진하는 '노란봉투법' 입법 목적과 닮았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고용노동부 장관도 판결과 관련해 "해당 판결은 노조법 개정안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노사관계는 법을 준수하는 상생의 관계를 지향해왔는데, 이러한 노력을 후퇴시켜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방식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판결 다음 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신을 포함한 몇몇 대법관의 교체를 앞두고 노란봉투법 알박기 판결을 한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 사건은 노정희 대법관이 주심을, 오석준 대법관이 재판장을 맡아 심리했다. 

비판이 계속되자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자중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에 대해 다양한 평가와 비판이 있을 수 있고 법원 또한 이를 귀담아들어야 함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판결 취지가 오해될 수 있게 성급하게 주장하거나 특정 법관에 대해 과도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은 물론 1, 2심 판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주장은 오직 헌법과 법률의 해석에 근거해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에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 독립이나 재판 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 자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말씀드린다"고 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파업 노동자의 행위로 파업 기간 기업이 불이익을 당해도 기업이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에서 본회의로 직회부됐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