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불법파업 가담 노조원 손배 책임, 개별 판단해야”
대법원 “불법파업 가담 노조원 손배 책임, 개별 판단해야”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3.06.15 1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회사가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경우 개인의 불법 행위의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뒤집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어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단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추진 중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된다.

노란봉투법에는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노동자 개인이 노조 활동으로 인해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에 시달리는 것을 완화하겠다는 게 핵심 목표다.

대법원은 노동조합과 달리 불법쟁의 행위에 참여한 조합원 개인에 대해서는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원으로서는 쟁의행위가 다수결에 의해 결정돼 방침이 정해진 이상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고 해도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건 피고 조합원들은 지난 2010년 11월∼12월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 참여해 울산공장 일부 라인을 점거했고, 현대차는 공정 중단으로 인한 손해를 이유로 29명을 상대로 2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조합원들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조합원들에게 2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