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치·항의 ‘맞불’ 외교에 ‘잡음’ 커지는 韓中 관계
초치·항의 ‘맞불’ 외교에 ‘잡음’ 커지는 韓中 관계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3.06.12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외교적 언사’ vs '부당한 반응‘ 양국 대사 초치 두고 날 선 대립
앞서 항의 공방도 잇따라… 상호 왕래 없이 일방 소통식 외교 전개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중국대사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중국대사

한국과 중국의 외교 대응방식이 초치에는 초치로, 항의에는 항의로 이른바 ‘맞불’ 형식을 이어가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지난 9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는 앞서 전날 싱 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등 고압적으로 들릴 수 있는 비외교적 언사를 한 데 따른 초치다.

외교당국끼리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비공개 협의도 아니고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공개적 자리에서 주재국과 공감대를 넓히고 우호를 강화하는 것이 기본 역할인 외교사절이 야당 대표를 만나 오히려 이견을 증폭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행동을 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중국은 다음날인 10일 눙룽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정재호 주중대사를 불러 한국 측의 ‘부당한 반응’에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오히려 홈페이지에 대변인 문답 형식의 글을 올려 “싱 대사가 한국 정부와 정당, 사회 각계각층과 폭넓게 접촉해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소개하는 것은 그 직무 범위 안에 있다”며 그를 보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이 같은 한중 외교당국 간 ‘팃포탯’(tit for tat, 맞받아치기)식 항의 공방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에 앞서 로이터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절대 반대’를 언급했을 때도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4월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비외교적 언사로 반발하자, 장호진 외교차관이 같은 날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같은 날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에게 전화로 항의한 것이다.

또 지난달에는 한국 대사관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각각 항의서한과 ‘맞불’ 성격의 사설을 주고받으며 부딪히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 미국 방문에 대한 환구시보의 계속된 비난성 보도에 대해 대사관이 항의서한을 보내고 그것을 공개하자 환구시보도 사설로 맞대응하기에 이르렀다.

한 외교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던 전임 대통령 재임기의 정책 기조를 접고 한미동맹 및 한미일 공조 강화로 기운 상황에서 중국도 외교·경제·군사 분야에서 한국을 본격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 양국 갈등의 본질”이라며 “특히 정상 또는 외교장관 간의 상호 왕래를 통한 포괄적 대화가 올해 들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간에 이견의 ‘조율’ 보다는 상호 ‘공개 항의’와 ‘입장 통보’ 등 일방 소통식 외교가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아일보] 한성원 기자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