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중증외상 4명 중 1명만 ‘골든타임’ 사수했다”
“소아 중증외상 4명 중 1명만 ‘골든타임’ 사수했다”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3.06.1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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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응급의료센터 ‘중증외상환자 내원 소요시간 현황’
1시간내 이송비율 24.6%… 역량 갖춘 의료기관 부족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사진=연합뉴스)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사진=연합뉴스)

소아 중증외상환자가 ‘치료 골든타임’ 내에 응급실에 도착한 사례는 4명 가운데 1명에 불과했다.

병원 예산 등의 문제로 소아응급의학과·소아외과 관련 세부전문의와 치료 역량이 갖춰진 의료기관 부족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11일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중증외상환자의 손상 후 내원 소요시간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권역외상센터 응급실로 들어온 0∼9세 중증외상환자 122명 가운데 손상 발생 후 1시간 안에 내원한 비율은 24.6%(30명)다.

중증외상환자는 운수사고나 추락과 같은 외상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신체 손상 가운데 의식상태나 혈압·호흡 등이 심각하게 다친 경우를 의미한다.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적정시간)은 손상 발생 후 1시간 이내로 본다.

소아 중증외상환자의 골든타임 내 내원 비율은 전체 연령대 비율 34.6%(8852명 중 3094명)보다도 낮았다.

소아의 골든타임 준수가 어려운 이유는 치료 역량이 갖춰진 의료기관 부족이다. 성인에 비해 적은 소아 중증 환자를 위해 센터를 마련할 여력이 되는 병원이 적다는 설명이다. 

중증외상은 다발성 손상이기 때문에 단순한 병상 확보를 넘어 외과·신경외과·마취과·영상의학과 등 세부 과목에서 소아 전문 인력이 갖춰져야 한다. 치료 역량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으면 환자를 받더라도 의료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소아 중증외상 환자의 골든타임 내 내원 비율이 낮아졌다는 데 있다. 이 비율은 2018년 31.3%에서 3년 만에 6.7%포인트 줄었다.

전문가들은 소아응급 등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예산‧수가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신생아중환자실을 갖춘 전국 상급종합·종합병원 가운데 소아외과 전문의를 보유한 의료기관은 31곳뿐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추가 지정하고 4월에는 중증응급 수술과 시술 수가를 늘리기로 했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역부족’이라는 분위기다. 인프라 마련 없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만 지정하는 것은 현실적인 개선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수가 확대 역시 건수 등을 고려했을 때 체감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김도균 교수는 “숫자보다 개별 병원의 배후 진료 능력이 중요하다”며 “수술건수에 비해 투자규모가 거대한 소아중증외상 치료를 위해서는 소아외상에 집중하는 병원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 수술·입원 역량을 갖추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