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확산세... 소·염소까지 확대
구제역 확산세... 소·염소까지 확대
  • 문인호 기자
  • 승인 2023.05.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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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백신온도체크 시스템’ 미부착... 물백신 우려
백신 구입비 950억 원 “정부 세금 539억 원 지원”
국비 377억 원, 지방비 162억 원, 자부담 411억 원
소, 돼지, 염소, 사슴 등 우제류 사육농가 지원

최근 충북 청주의 한우농장 5곳 이상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관계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것은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고 구제역은 염소 등에도 확산추세에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충북 청주 한우농장 두 곳에서 의심 신고를 받고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두 농장에서 모두 구제역이 발생 사실이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이후 증평군까지 번졌고, 염소 농장에서도 확진 사례가 나왔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등 우제류가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으로 전염성이 강해 국내에선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감염된 동물은 입, 혀, 잇몸, 코 등에 물집이 생기고 체온 상승과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폐사한다.

앞서 국내에서 구제역은 2016년 1월 11일∼3월 29일 21건, 2017년 2월 5∼13일 9건, 2018년 3월 26일∼4월 1일 2건, 2019년 1월 28∼31일 3건이 발생했다. 2020년 이후에는 국내에서 구제역이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에서 한해 구제역백신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정부지원금을 포함해 950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전업농과 소규모 자영농으로 구분해 전업농은 소 50마리 이상, 돼지 1천 마리 이상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하며, 국비 35%, 지방비 15%, 자부담 50%를 지원하고, 소규모 자영농은 소 50마리 미만, 돼지 1천 마리 미만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국비 70%, 지방비   30%로 지원하고 있다.(염소, 사슴 등 기타 우제류 사육농가는 소규모 농가에 포함).

2010년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가축에서 구제역이 급속히 확산돼 약 348만 두의 가축을 살처분하고 2조 7천억 원의 재정 손실을 겪은 사례가 있다.

2010~2011년 사건 이후로 구제역 백신을 접종해 예방하는 정책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접종비를 아끼기 위해 50두 이하의 사육농가에는 수의사가 접종을 해 주지만 그 이상은 백신을 배포하기만 한다. 이런 경우 미접종이나 부실한 접종이 나온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세금 수백억 원을 지원하면서 백신을 수입해 자동적으로 온도를 체크해주는 ‘개별 백신온도체크 시스템’를 원천적으로 부착하지 않고, 농가에 자율적으로 맡기고 보관하게 하는 것은 너무 행정 편의적이고 안이한 대처라는 지적도 있다. 

백신은 냉장 보관해야 하는데 냉장고에 넣지 않거나 살얼음이 끼는 냉장고에 넣는 등 1시간 안에 접종할 백신만 냉장고에서 꺼내야 하는데 아이스팩 없이 백신을 다 가지고 다니면서 온도가 올라서 백신 효능이 없어지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물백신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개별 백신온도체크 시스템’을 필히 부착해야 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주장은 백신에 문제가 없어 전국 항체 생성률이 80%이상 된다고 하지만 전수검사를 하지 않으므로 일부 가축에만 접종하고 접종한 가축만 혈액을 채취하게 해서 속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뢰하기가 어렵다.

횡성한우로 유명한 횡성의 한 목장과 안성맞춤 한우로 유명한 안성의 어느 목장은 백신을 냉장보관하지 않고 박스체로 밖에 쌓아 놓은 곳도 있었는데 냉장보관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전용 냉장고도 없지만 굳이 냉장보관을 할 필요가 없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된다고 해 기자를 놀라게 했다.

취재과정에서 수의사들도 백신을 냉장보관하지 않는 곳도 있었고 폐기처분한 양도 상당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구제역 백신이 생산되지 않아 러시아와 아르헨티나, 베링거잉겔하임 등 3곳에서 전량 수입해 자치단체에 배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자치단체는 소규모 자영농에는 수의사를 통해 접종까지 지원하지만 대규모 전업농에는 자체적 판단에 맡기는 권고 형태를 취하고 있다.

농림부가 주도적으로 ‘개별 백신온도체크 시스템’을 출하되는 모든 백신에 부착을 하게 된다면 매년 일정금액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별 백신온도체크 시스템’을 부착하는 추가 비용을 아끼려다가 수조 원씩 들어가는 일이 발생하는 구제역을 예방한다면 농식품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히 부착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구제역은 몇 년에 1번씩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정부나 국회나 누구도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기적인 예산은 편성되지 않는다.

2010~2011년에 일어났던 사건 때 정부는 방역을 완전히 실패하고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구제역의 영향으로 유제품과 육류 등 축산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갔다. 구제역과는 크게 상관없지만 밀가루 가격도 세계적으로 계속 상승하는 추세인 가운데 한 빵집 관계자는 "이제 빵도 조금씩 만들어야겠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18일 현재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소 등심은 지난달 100g에 1만436원에서 이달 16일 기준 1만918원으로 4.6% 올랐다. 돼지고기 삼겹살은 지난달 100g에 2257원에서 2617원으로 15.9% 상승했다. 

동물원들도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우제류와 조류의 야외 전시를 전면 중단했고, 소독과 방역 작업을 거친 축사나 실내 전시 공간 등에 격리시키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자체와 농가에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백신에 ‘개별 백신온도체크 시스템’을 강제해야 한다. 지도와 권고만으로 수백억 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다시 발생되는 구제역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농식품부 담당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충분히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적극 검토해 제도개선 등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mih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