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잔고 1조원 넘게 줄어…SG증권발 후폭풍 가시화
'빚투' 잔고 1조원 넘게 줄어…SG증권발 후폭풍 가시화
  • 박정은 기자
  • 승인 2023.05.0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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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새 20조에서 18조원대로 축소…"투자 심리 위축 영향"

SG증권발 무더기 증시 하한가 사태의 후폭풍이 가시화하고 있다. 신용공여 잔고는 1조원 이상 줄었고, 반대매매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미수금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공여는 주식이나 채권, 현금 등을 담보로 현금을 빌리는 행위다.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 돈을 빌려 투자한 경우,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볼 수 있지만 연일 하락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반대매매에 노출될 수 있다. 

반대매매는 증권사가 주식을 담보로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준 뒤 만기까지 갚지 못하거나 주식평가액이 일정 수준(주식담보비율 약 140%)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이를 강제로 처분하는 일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 3일 기준 18조9149억원이다.

신용공여 잔고는 SG증권발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4월24일 20조4319억원으로, 지난해 6월16일(20조6863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연일 감소세다.

코스피 신용공여 잔고 9조597억원, 코스닥 9조8552억원으로 불과 9일 만에 각각 8.19%, 6.70% 줄었다.

또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59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위탁매매 미수금도 5348억원으로 SG증권 사태 직전(2274억원) 보다 약 2.3배 증가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 사흘(3일) 후 대금을 갚는 단기 융자를 말하며 반대매매 잠재물량으로 볼 수 있다.

신용공여 잔고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4월24일 SG증권 주가 폭락 사태가 시작되면서다.

SG증권발 하한가 사태는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을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집중돼 최근 주가가 급락한 8개 종목에 대한 주가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금융당국도 빚투 리스크에 주목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증권업계 사장단과 간담회를 열고 레버리지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임원회의에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한 손실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G증권발 수급 이슈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준 탓”이라고 말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SG증권발 반대매매 속출로 미수채권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로 관련 증권주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him56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