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감청 의혹' 침묵모드… 논란만 키운 대통령실
'美 도·감청 의혹' 침묵모드… 논란만 키운 대통령실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3.04.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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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문제 삼지 않기로 방침 굳힌 듯… 국빈 방미 준비 매진
민주당 "윤대통령 직접 입장 표명해야" "김태효 태도 오만하다"
(사진=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미국의 정보기관이 용산 대통령실을 도·감청했다는 의혹과 관련, 대통령실이 침묵모드로 돌아선 모습이다. 

외교적으로 문제 삼지 않기로 방침을 굳히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만 부각하며 파문을 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공식 사과를 요구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대통령실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한 이달 말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준비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11일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며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 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 등의 입장을 마지막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 측은 도감청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최근 SNS에 유출된 기밀문건은 올해 2월28일과 3월1일 자 자료라고 확인했다. 도·감청을 주도한 CIA의 윌리엄 번스 국장도 이날 텍사스주 라이스대학 강연에서 사실인정을 전제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며 국방부와 법무부가 매우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미 측은 정보 수집은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는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로 하는 일을 해야만한다"면서 "그러한 일들을 계속 해서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야권에서는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입장 표명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1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적어도 정상회담 의제에 도·감청 이야기가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 않다. 그 전에 빨리 해결하는 게 좋다"면서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해야 할 이야기"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과거 메르켈 총리, 마크롱 대통령은 자기 휴대폰이 도청됐다 발표됐을 때 바로 항의하지 않았나. 그리고 미국의 납득할 만한 사과를 받았다"며 "지금 대통령실을 도청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실의 (김태효 국가안보실) 차장이 괜찮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감청한 건 악의가 아니니까 우리가 봐줄게'라고 먼저 기어들어 가는 게 맞느냐. 김 차장의 말은 너무 저자세고 굴욕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와함께 야권은 김태효 제1차장의 언론에 대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차장의) 발언 내용도 문제지만, 태도와 말투까지 오만하기 그지없다"며 "도청 당사국인 미국에 당당하게 항의하고 이를 국민에게 설명할 생각을 해야지, 왜 애먼 야당과 우리 언론에 화풀이하고 겁박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태도가 더 나쁘다"며 "대통령한테 배운 그대로 하고 있는건데, 권력이 저렇게 오만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 차장은 앞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이 문제는 많은 부분에 제3자가 개입돼 있다"면서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차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해당 의혹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같은 주제로 물어보신다면 저는 떠나겠다"며 "다른 주제로 물어보라"고 한뒤, 관련 질문이 이어지려고 하자 "간다"며 실제 자리를 떴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