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정의 人크레더블] 조정훈 "'月100만 외국인 가사도우미', 논란 예상했다" (上)
[강민정의 人크레더블] 조정훈 "'月100만 외국인 가사도우미', 논란 예상했다" (上)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4.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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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저가항공 도입이 비행 산업 폄하란 주장 있었나"
일할 자유, 고용할 자유, 가사노동하지 않을 자유 모두 존중 받아야
"외국인 노동자 향한 거부감, 긍정적 경험으로 바꿔야"
지난 28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여의도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저렴하게 가사 노동을 공급할 수 있는 저가 가사사용인 시장이 생기고, 이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있다면 이건 죄가 아니라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최근 '100만원 외국인 가사사용인(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라는 논쟁적인 법안을 냈다. 개정안은 가사사용인의 국적을 내국인과 중국동포 외의 필리핀 등 16개 국가로 넓히고, 이들을 최저임금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발의 직후 '국적·인종차별이다', '현대판 노예다', '국내 가사근로자의 일자리 잠식이 일어날 수 있다' 등 무수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 같은 비난 여론에 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은 이를 철회했고, 발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한 차례 폐기됐다가 국민의힘 의원 2명이 새롭게 동의하면서 재발의됐다. 본지가 지난 28일 논쟁의 한 가운데 선 조 의원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직접 물었다.

- 법안 발의 이유는 무엇인가?

"옛날에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같은 고가 항공사만 있었다. 그때 LCC로 표현되는 저가항공이 들어왔다고 비행 산업을 폄하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었다. 국내 가사근로자들의 비판 취지나 서운함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논란을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슈를 던지고 싶었다."

그러한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띄우고자 했던 아젠다는 '자유'다. 가사 노동을 할 자유와 가사 노동을 하지 않을 자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구조에서는 '가사 노동을 하지 않을 자유'가 묵살된단 게 그의 지적이다.

"가사 사용인이 필요 없이 스스로 가사를 다 하겠다고 하는 것도, 할 수만 있다면 가사 노동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나와서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것도 각자의 자유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아니다. 전자는 '그냥' 하면 된다. 하지만 가사를 누군가에게 맡기도 밖에서 다른 일을 하기 위해선 고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평균 280~290만원, 많게는 350만원이다."

'밖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야 하는 비용.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가구는 돈을 아끼기 위해 가사노동을 하는 걸 택할 수밖에 없다. 대체로 가사노동의 주체는 여성이다. 이런 사회적 구조 때문에 임신, 출산, 육아를 겪으며 많은 경력단절 여성이 생기고, 경력단절 여성이 되고 싶지 않은 이들이 임신, 출산, 육아를 거리끼면서 출생율 저하 문제도 함께 발생한단 거다.

개정안을 두고는 국내 문제를 단순히 외국인 유입을 통해 풀려고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 의원은 이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개정안이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에 대해 강하게 해명했다. 

"현행법상 가사사용인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과 중국동포밖에 없다. 왜 가사사용인 비자를 외국인에게 주면 안 될까. 단순 노무 영역인 가사사용인 비자 발급 대상을 동포로 제한하는데, 이를 모든 외국인으로 확대하잔 거다. 인종차별 요소가 들어있지 않다. 외국인 가사사용인 유입이 안 된단 건 건설·농업·생산·제조 분야의 외국인 노동시장을 다 막자는 소리와 같은 거다."

'100만원.' 사실 이 금액은 실제라기보다 일종의 '상징'에 가깝다. 최저임금 미만의 가사사용인을 우리가 쓸 수 있다는 걸 극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대목이기도 하다.

"최저임금보다 밑인 '100만원'으로 상징되는 가사사용인. 이게 말이 되냐는 건데, 가사사용인 직군은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에서 모두 제외된다. 가사사용인의 (노동)성격을 규정하고, 임금을 정하기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사사용인은 현재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직군이 아니다. 그럼에도 수요와 공급 때문에 시장 가격이 (최저임금 이상인) 280~350만원에 설정돼 있다."

-여기서도 '자유'가 나온다. 일할 자유, 그리고 고용할 자유.

"'한국은 이런 나라고, 생활은 이렇고, 이런 환경에서 일해야 하고, 월급은 100만원'이라는 조건을 앞에 내걸고도 오겠단 사람이 있고, 한국에서 '이 정도 비용이라면 나도 가사사용인을 사용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연결해주자는 게 이 법안의 취지다"고 못 박았다.

 

 

-외국인 근로자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마이너리티다. 언어 등 문제로 인해 사용자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고, 자신의 기본권이나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그런 그들에게 최저임금, 일종의 '하한선'마저 제공하지 않는단 건 어떤 보호 장치도 마련해 주지 않는 건 아닐까. 그리고 100만원으로 우리나라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

 "이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국가가 인력 에이전시 회사에게 기숙사를 운영토록 해 위생, 소방 등 최소한의 기본권을 지켜준다. 이들의 거주 공간이 열악하다면 소방시설이나 샤워시설 등을 갖추도록 규제한다. 8인실 기숙사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인력 에이전시 회사에 이 정도 수준의 숙식을 제공하도록 법 제도로 의무화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곳에서 출퇴근 하도록 하면 된다."

"싱가포르에는 현재 베트남인과 태국인이 주로 가사사용인으로 일한다. 그들에게 싱가포르 회사에서 주는 돈보다 적게 주면서 서울에서 일하라고 한다면 아무도 안 올 거다. 싱가포르 회사보다 돈을 더 주고, 그에 더해서 식비 제공을 하는 등 우리나라가 이들이 '올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조 의원은 '시장'에도 자유를 부과해야 한다고 본다. 

"100만원은 상징적인 금액이고, 본국과 우리나라의 주거비·생활비 물가가 다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들 수 있어 바로 비교하기가 어렵단 건데, 결국 이 제도를 시행했을 때 시장에서 이들에 대한금액이 어느 정도 형성되느냐가 포인트다."

"(급여는) 시장에 따라 움직인다. '100만원도 비싸다'고 본다면 입법되도 아무도 외국인 가사사용인을 고용 안 할 거고, 이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이들의 월급도 오를 거다. 법을 시행할 때 우리나라 정부가 강제적으로 시장 가격을 정하지 말잔 거다."

개정안의 또 다른 한 축은 '모자이크 코리아'다. 대한민국에 여러 인종이 모여 모자이크처럼 알록달록한 대한민국. 조 의원은 자신을 "세계 시민주의 경향이 강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세계은행에 근무한 전력으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한 데 따른 정체성이다.

"나는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외국인 노동자를 탓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사회가 더 국제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을 향한 거부감이 '외국인 가사사용인 써 보니까 생각보다 괜찮네', 같은 긍정적인 경험치로 조금씩 수그러들었으면 좋겠다는 의도도 있다."

조 의원은 이 개정안을 통해 어떤 사회를 구현하고 싶은 걸까. 이를 묻자 "모자이크 코리아"라는 대답이 단박에 돌아왔다.

"모자이크 같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 민족주의적 우월성, 이런 걸 끝내고 싶다. 무엇이 한국인일까? 한국인처럼 생겼으니까, 한국말을 하니까, 한국 음식을 좋아하니까 한국인인가.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공식적인 기준은 헌법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내국인이라도 배척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하겠다며 우리나라 안에 들어온 이들은 한국 사람이든, 외국 사람이든 모두 존중해야 한다. 인종이든, 언어든 모두 관계 없다. 모자이크처럼 다 다른 사람들을 하나의 퍼즐로 맞춰가는 테마는 '헌법'이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