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이래 첫 정치권 인사…'정부의식' 인사 지적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사진=전경련]](/news/photo/202302/1666001_830856_5544.jpg)
“어깨가 무겁다. 환골탈태를 이끌겠다.”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직무대행으로 발탁됐다. 김 직무대행은 앞으로 6개월 간 전경련을 이끌며 본격적인 쇄신 작업에 돌입한다. 다만 과거 '정경유착' 온상으로 여겨지던 전경련이 위기 타개를 위해 또 다시 ‘친정권 인사’를 내세웠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전경련은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2023년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김 회장을 회장직무대행 겸 미래발전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전경련 측은 “김 회장은 풍부한 경험과 학식 뿐만 아니라 전경련이 지향하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경련을 과도기적으로 맡아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추천배경을 밝힌 바 있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총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경련은 선배 기업인들이 쌓아올린 위대한 유산이고 그 자산을 버리는 건 나라에 큰 손실이라 생각하는만큼 미력하지만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경련을 창립한 선배 기업인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름에 ‘기업인’이 아닌 ‘경제인’이란 단어를 쓴 건 ‘경세제민’ 즉 세상을 이롭게 하고 국민을 돕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숭고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이런 창업자들의 마음을 되새기며 전경련의 환골탈태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전경련 미래 발전안인 ‘뉴 웨이 구상’ 2차 내용도 공개했다. 뉴 웨이 구상은 △국민 소통 △미래 선도 △글로벌 도약 등 3가지 주요 발전 방향으로 이뤄졌다. 여기에는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글로벌 수준의 싱크탱크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여의도에 경제인 명예의 전당 조성 방안도 검토한다. 전경련은 기업들의 대표 단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를 랜드마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김 직무대행은 앞으로 6개월 간 전경련 위상 회복 과제도 함께 안게 됐다. 전경련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후 LG를 시작으로 삼성, SK, 현대차 등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재계 내 위상은 추락했다. 회원사도 600여곳에서 400여곳으로 감소했다. 주요 정부 행사에서 배제되는 ‘패싱’ 굴욕도 겪었다.
전경련 수장으로 경영인이 아닌 정치권 인사가 발탁된 건 1961년 출범 이래 처음이다. 이번 인사는 진정한 변화와 쇄신 대신 현 정권을 의식한 것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 직무대행은 2018∼2019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또한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윤 후보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역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비록 6개월 남짓이지만 정치인에게 민간 경제단체 수장을 맡긴다고 하니 적절치 못하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주요 그룹 총수들이 모두 전경련 차기 회장 자리를 부담스러워한 만큼 전경련으로서는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장에서 ‘제63회 정기총회’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최지원 기자]](/news/photo/202302/1666001_830857_5624.jpg)
[신아일보] 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