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美·中, 한반도를 경쟁 최전선으로 만들지 말라"
이낙연 "美·中, 한반도를 경쟁 최전선으로 만들지 말라"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3.02.2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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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지워싱턴대서 강연… 국내 외교현안 언급 처음
"바이든 행정부, 한반도에 관심 있는지 무력감 느껴"
韓 자체 핵무장론엔 "尹정부 출범 후 표출… 위험해"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접근 방식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접근 방식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이나 중국이 한반도를 미중 경쟁의 최전선으로 만들려고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워싱턴DC에 위치한 조지워싱턴대 강연에서 "미국이 북한, 중국, 러시아의 연대 움직임에 대처해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려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면 미중 경쟁에서도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중국이 지도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면 동아시아 안정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면서 "북한의 이웃 국가로서도 북한의 핵무장을 제지하는 게 옳다"고도 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남북관계와 국제정치에 대해 연구 중인 이 전 총리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공개적으로 강연하면서 국내 외교안보 현안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접근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무력감을 느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초기 대북정책 재검토를 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재검토를 하는 건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1993년 제1차 북한 핵 위기가 시작된 이래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 간헐적으로 비핵화 협상을 벌여왔지만,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의 여러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 핵 협상 실패의 이유로 △ 북한 생존의지 간과 △ 북한 붕괴론이라는 오판 △ 경제적 압박 효과의 과신 △한국과 미국의 정치 변화에 따른 정책 일관성의 결여 △ 완벽주의적 접근의 함정 등을 꼽았다.

이 전 총리는 "동맹의 사활적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관심이 저하되면 (미국이) 국제적 리더십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과의) 성공적인 협상 기회를 늘리려면 북한 비핵화 문제를 상호 위협 감소 및 북·미 관계 개선과 나란히 올려놓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이 전 총리는 한국 내 독자 핵무장 주장에 대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 한국 자체 핵무장론이 외부로 표출됐다"며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고 핵무장을 추구한다면 위험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고, 동아시아의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가능한 유일한 선택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통한 북한과의 외교협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총리는 이날 강연을 시작으로 4월까지 필라델피아, 뉴욕, 휴스턴, 로스앤젤리스, 덴버에서 대학과 한인 단체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대선 직후인 지난해 6월부터 미국에 체류 중인 이 전 총리는 올해 6월 독일 튀링겐대와 베를린대에서 강연하고 시간이 되면 구동독 지역을 방문한 뒤에 같은 달 한국으로 귀국할 계획이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