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서 '돈잔치' 비판…시중은행, 지침 따르고도 '억울' 
대통령까지 나서 '돈잔치' 비판…시중은행, 지침 따르고도 '억울'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3.02.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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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일 '이자장사' 전방위 공세…시민사회는 '이중잣대' 쓴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뉴스룸 영상 캡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뉴스룸 영상 캡쳐)

대통령까지 은행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퍼부었다. 예대금리차를 시작으로 내부통제에 이어 이사회 혁신을 주문했던 정부가 이제는 직원 성과급까지 통제하는 형국이다. 금융소비자의 적잖은 불만이 반영된 결과지만, 일각에선 내실이 부족하고, 앞뒤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한숨만 내쉬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낮췄던 금리를 정상화하면서 지난해 시중 5대 금융그룹이 챙긴 이자이익만 50조원에 달했다. 

KB금융이 11조3814억원으로 최다를 기록했고, NH농협 9조5559억원, 신한 10조6757억원, 하나 8조9198억원, 우리 8조6970억원 순이다.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로 가계와 기업 모두 고통이 커진 상황에서 은행이 주력인 5대 금융만 '활짝' 웃었다.

이런 가운데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지급한 직원 성과급만 1조3000억원에 달해 은행권에 대한 '이자 장사'와 '돈 잔치' 비판은 연일 거세지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행 돈 잔치로 인해 국민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에 금리 상승기 취약 차주 보호를 위한 예대금리차 조정, 사모펀드 사태와 횡령 등으로 촉발된 내부통제 강화, 거수기 오명을 받는 금융권 이사회에 대한 개선 등을 강조했던 정부는 은행권 직원 성과급까지 손본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은행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시중은행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예대금리차 조정과 취약차주 지원 확대 등 정부 방침에 따라 금리를 조절하고, 수천억원의 금융 지원책을 내놓은 시중 은행 불만이 적지 않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서민 경제를 위해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이자 차이)을 줄이라고 하고, 부실채권 현실화를 위해서 대손충당금은 늘리라고 해 모두 따랐다. 정부 방침에 대해 은행은 항상 적극적으로 협조했는데, 이렇게 은행을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 역시 "예대마진이나 충당금의 경우 국민 생활과 직접 연관된 만큼 대통령이 언급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에서 노사 합의로 정한 성과급까지 대통령이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시민사회에서는 금융산업이 온 국민의 삶과 직결된 만큼 '공공성 강화'라는 정부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가 구체적인 방침도 함께 내놔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현재 은행권을 향한 정부의 강도 높은 지적이 자칫 '요란한 빈 수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금융산업에 대한 공공성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금산규제 완화 등 산업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쓴소리를 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금융산업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정책 방안을 윤석열 정부에 제안한 바 있지만, 정작 정부는 외면했다"며 "공공성을 강조한다면, 그동안 논의는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던 노동이사제나 공공이사제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단체 역시 소비자 권익을 위한 공공성 강화는 필요하지만,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관치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현 상황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실적만을 강조한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에 있다"면서도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민간 역시 비슷한 시각이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제도를 통한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데, 현재는 방침만 무성하다는 지적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현 정부가 시장 친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오히려 지나친 규제를 펼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포워드가이던스(정책에 대한 방향 제시)만 강조하고, 정작 이를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없는데, 정부가 우선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중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은행권, 학계, 법조계, 소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테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상반기 중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TF는 은행의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을 포함해 손실흡수능력 확대, 비(非)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와 임직원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까지 다룬다는 방침이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