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고졸 신화' 전성시대
금융지주 회장 '고졸 신화' 전성시대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12.11 1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종규·함영주·진옥동…5대 금융지주 중 3곳 회장이 상고 출신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사진=각 사)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사진=각 사)

신한금융그룹의 차기 회장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내정되면서 금융권의 ‘고졸 신화’는 재조명될 전망이다.

자산 기준 국내 선두를 달리는 대형 금융그룹 세 곳의 수장이 고졸 출신 인사로 채워진 까닭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현 신한은행장)은 고졸 신화의 대표 주자다.

은행권은 고졸 신화가 가장 자주 보이는 화이트칼라 직업군이다. 고위 임원은 물론이고 역대 은행장과 금융그룹 회장들을 살펴보면 다른 업권에 비해 고졸 출신이 많다.

이전에도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상훈·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금융권에서 한 시대를 주름잡던 CEO(최고경영자) 가운데 고졸 은행원으로 입사해 은행장·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 다수 있었다.

은행권에서 고졸 출신 CEO가 많이 탄생하는 이유는 과거 우리나라의 시대상과 관련이 있다.

한국의 은행권은 1970~1990년대 고졸 출신 입행자가 많았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상고 등을 졸업 후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은행에 곧바로 취업한 것이다. 

덕수상고·선린상고·경기상고·서울여상 등 명문 상고 출신들의 은행권 취업은 사실상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입행해 내부경쟁을 뚫고 승진을 거듭하면서 요직에 오른 이들이 현재 고졸 신화의 주역이다.

다만 이들의 최종 학력이 고졸에 머무른 것은 아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학업도 병행하는 ‘주경야독’ 생활을 통해 학사 이상의 학위를 얻으며 본인의 경력과 가치를 높인 경우도 다수다.

실제 최근 차기 신한금융 회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덕수상고(현 덕수고) 출신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인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86년 신한은행으로 이직한 후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1993년 한국방송통신대, 1996년 중앙대에서 각각 경영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광주상고(현 광주 동성고)를 졸업한 뒤 1973년 외환은행에 취업했다. 윤 회장은 은행을 다니면서 1982년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했고 이후에도 1985년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1999년에는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꾸준히 학업을 이어갔다.

강경상고를 나온 함영주 회장은 1980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서울은행에 입행한 뒤 이듬해 단국대 회계학과에 진학해 졸업장을 받았다. 이후 미국 와튼스쿨 글로벌과정과 고려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도 수료했다.

앞으로 새로운 고졸 신화를 써낼 인물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금융지주·은행 고위 임원 가운데 고졸 출신들이 적지 않게 포진한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장은 광주상고 출신으로 윤종규 회장과 동문이다. 고정현 우리은행 집행부행장은 덕수상고를 졸업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