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최대 변수 '금리 인상'…예상 넘은 속도에 '시장 경직'
부동산 최대 변수 '금리 인상'…예상 넘은 속도에 '시장 경직'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2.11.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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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올해 시황 분석…주담대 축소·주택거래 위축
'변동금리 비중 큰 가계대출 구조' 부담 가중 요소로 작용
한은 기준금리와 주담대 금리 추이. (자료=한은·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한은 기준금리와 주담대 금리 추이. (자료=한은·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NH투자증권이 올해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면서 가장 큰 시장 변화 요인으로 '금리'를 꼽았다. 예상을 넘어 빠르게 오른 금리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 위축되고 거래가 멈추는 등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경직됐다는 평가다. 변동금리 비중이 큰 가계대출의 구조는 금리 인상기 부담을 가중하는 요소다.

23일 NH투자증권은 '2023년 부동산 시장 전망과 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금리 레벨에 적합한 자산 가격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 변화를 일으킨 요인으로 금리를 앞세웠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하는 등 금리 인상이 연초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된 것에 더해 이런 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있음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한은에 따르면 2020년 5월2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연 0.50%까지 내려갔던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26일 회의부터 반등해 현재는 연 3.00%까지 올라온 상태다. 한은 기준금리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중앙은행 기준금리가 더 빠른 보폭으로 연 4.00%까지 올라간 상황이라 24일로 예정된 한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또 한 번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가장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던 지난달 12일 회의 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에 따라 물가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 부문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다며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 대응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고정금리 비중 추이. (자료=한은·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예금은행 가계대출 고정금리 비중 추이. (자료=한은·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기준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 동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신규 취급 기준 주담대 금리가 2011년 수준으로 급상승하고 올해 주담대 증가 속도가 둔화했다는 데 주목했다. 한은에 따르면 2020년 한때 2% 초·중반까지 내려갔던 예금은행 신규 주담대 평균 금리는 최근 4% 중반을 넘어섰다. 작년 3분기 말 20조8900억원에 달했던 전 분기 말 대비 주담대 잔액 증가 규모는 올해 1분기 말 이후 10조원 아래로 축소했다.  

보고서를 쓴 김열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2022년을 전망할 당시에는 누구도 기준금리가 이토록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현재 많은 기관은 2023년 연중 금리 정점을 예상하고 있지만 금리가 하락 반전한다고 해도 예전처럼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금리 인상기 주담대 이자 부담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높은 변동금리 비율을 언급했다. 지난 9월 한은 통계상 예금은행 전체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잔액 기준 21.5%다. 보고서는 나머지 78.5% 대부분이 금리 변동 부담에 노출돼있다며 저금리 상황이던 2020년까지 50조원대에 머물렀던 연 환산 가계 이자 비용이 올해 말 80조원대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출 잔액과 대출금리로 산출한 '가계 이자비용 연 환산 추정치' 추이. (자료=한은·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대출 잔액과 대출금리로 산출한 '가계 이자비용 연 환산 추정치' 추이. (자료=한은·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금리 상승에 따라 주담대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매매는 크게 위축됐다. 보고서는 전국 주택 시장 전반적으로 거래가 침체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9월 집계 기준 전국 누적 주택매매거래량은 41만8000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49.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매매거래량은 1만2722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0.4% 줄었다.

주택 매매가격 하락세는 전국적인 현상이 됐다. 보고서는 대구 등 지방 광역시에 이어 수도권 매매가격도 약세 전환하며 전국적인 하락세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2년간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지역의 하락 폭 확대가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김열매 연구원은 "가파른 금리 상승이 주식, 채권뿐 아니라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근 부동산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에 유동성 리스크가 확산되며 거래가 절벽 수준으로 위축되고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