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30분간 마주앉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정식 회담 대신 48초간 짧은 만남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낮 맨해튼 유엔총회장 인근의 한 콘퍼런스빌딩에서 30분간 기시다 총리와 회담을 했다. 

만남은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친구들' 행사장에 윤 대통령이 찾아가는 방식으로 성사됐다.

대통령실은 "양국 정상은 현안을 해결해 양국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외교당국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 당국에 지시하고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두 정상은 정상 간 소통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최근 핵무력 법제화,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욕 시내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략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짧은 환담을 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참석 대상자가 아니었는데, 이 회의에 초청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 종료 후 두 번째로 호명돼 무대 위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했으며, 각국 정상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도중 바이든 대통령과 마주쳐 인사했고 양 정상은 손을 맞잡고 48초 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후 별도의 회담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정치 일정 등을 이유로 뉴욕 체류 기간을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화스와프 등에 관한 진전된 논의가 기대됐던 한미 정상회담은 불투명해졌다. 

특히 한미, 한일 모두 당초 기대됐던 정식 정상회담이 아닌만큼 기대보다 아쉬운 결과를 냈다는 평이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순방 전 "미국과 일본과는 양자 회담을 하기로 일찌감치 서로 합의해 놓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의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미국의 한국 전기차 보조금 제외 등 현안들을 두루 다루겠다고도 했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약식'으로 진행되면서 현안들에 대해 진전된 해법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실제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의 만남을 회담이 아니라 간담이라고 한 게 이를 방증한다. 

우리 정부가 이날 만남을 약식 회담이라고 지칭한 것과 다르다. 두 정상 만남의 의미를 정식 회담이 아닌 '간담' 정도로 낮춘 것이다. 

당장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2일(한국시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상외교 목적도, 성과도 전혀 없는 국제 망신 외교 참사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빈손 외교, 비굴 외교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문외교라더니 정작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관 조문은 못하고, 일본 수상을 손수 찾아가 간신히 사진 한 장 찍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회의장 내 48초 대화가 전부"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지칭해 비속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더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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