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미국과 함께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화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를 두고 양측이 충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영국과 미국, 캐나다 출장에 오르기 전 한국 주재 NYT 기자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문재인 정권의 외교 정책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 동맹의 틀 속에서 확장된 억제력을 강화할 방안을 찾고 싶다"며 "확장된 억제력에는 미국에 있는 핵무기뿐 아니라 북한의 핵 도발을 막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의 패키지가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북관계 개선에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교실에서 한 친구(북한)에게만 사로잡힌 학생 같아 보였다"고 했다.
NYT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문재인 정부 시절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정치적인 쇼'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 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너무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하고 "나는 예측 가능성을 추구할 것이며, 한국은 미-중 관계에서 더욱 분명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그동안 취소되거나 축소됐던 미군과 합동 군사훈련을 재개하고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가입하는가 하면 칩4 동맹에도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칩4 동맹 가입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 윤 대통령은 "4개국이 긴밀히 협의하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밝은 경제적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같은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와는 상반되는 입장을 내놨다.
문 전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국회 한반도 평화포럼 주최)를 하루 앞둔 18일 공개된 서면 축사에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선언, 10·4 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라면서 '이행'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퇴임 이후 공식적으로 현안언급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전 대통령은 축사에서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라며 "신뢰는 남북 간에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통해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내고,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평화의 길을 개척했던 경험을 거울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을 두고 윤 대통령이 "개탄스럽다"고 한 데 이어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전임 정부에 날을 세우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 측도 본격 '정치 움직임'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하고자 미국 등 3개국 순방길에 오르는 날 윤석열 정권의 '실정'이라고 판단되는 부분에는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