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아이파크 입주배상 '중도금 포함' 여부 놓고 시각차
화정 아이파크 입주배상 '중도금 포함' 여부 놓고 시각차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2.08.3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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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 "계약금만 두고 산정…나머진 대위변제"
예비입주자협 "기존 납부액 전체 기준으로 배상해야"
화정 아이파크 예비입주자협의회가 지난 26일 서울시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었다. (사진=남정호 기자)
화정 아이파크 예비입주자협의회가 지난 26일 서울시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었다. (사진=남정호 기자)

지난 1월 붕괴 사고가 발생한 화정 아이파크 입주지연배상금 산정 방식을 두고 시공사와 예비입주자협의회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협의회는 4차례 납부한 중도금도 지연배상금 대상이라고 말하는 반면 현대산업개발은 중도금을 납부한 건물을 철거하는 만큼 중도금을 대위변제하고 계약금에 대해서만 지연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31일 화정 아이파크 예비입주자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는 지난 26일 서울시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예비입주자 600여명(협의회 측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주거지원 종합대책을 거부하는 상경 집회를 열었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 1월 아파트 1개 동에서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사망했다. 단지 내 나머지 동에 대한 안전 우려가 함께 불거지자 현대산업개발은 8개 동 모두를 철거하고 재시공한다는 계획을 지난 5월 밝힌 바 있다. 이로써 애초 올해 11월로 예정됐던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입주는 2027년 12월로 밀리게 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입주 지연에 따른 예비입주자 지원을 위해 지난 12일 전세자금 등 주거지원비 1000억원과 중도금 대위변제액 1630억원 등 총 2630억원 규모 주거지원 종합대책을 내고 다음 달 7일까지 주거지원 사전의향서를 접수하고 있다. 

주거 지원비는 입주 시까지 무이자로 제공하며 발생하는 금융비용은 현대산업개발이 모두 부담한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약 1억1000만원을 지원하는데 주거 지원비 대출을 받지 않으면 해당 지원금에 입주 시까지 연리 7%를 적용한 금액(약 3900만원)을 분양가에서 할인한다.

중도금 대위변제는 지금까지 발생한 이자와 향후 이자를 회사 측이 부담하는 조건이며 중도금 대출이 없는 계약자는 자납금액에 기간 이자를 더해 돌려준다. 대위변제는 타인의 채무를 제3자가 대신 변제하는 것을 뜻한다. 중도금 대위변제가 이뤄지면 화정 아이파크 계약자는 분양가의 10% 계약금을 낸 상태에서 중도금·이자 부담 없이 재시공 후 나머지 90% 잔금을 내고 입주할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중도금 대위변제에 대해 예비입주자들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회복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의회는 주거지원 종합대책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산업개발은 계약서에 따라 예비입주자들에게 기존 납부금액에 연 6.48% 이율을 적용해 입주지연배상금(지체상금)으로 분양가에서 할인해주기로 했는데 여기에 지체상금 산정 대상금액에 계약금(전체 분양가 중 10%)만 포함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화정 아이파크 예비 입주자들이 낸 금액은 계약금과 이자후불제를 적용한 4회 치 중도금(전체 분양가 중 40%)이다. 협의회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포함한 금액에 대해 지연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승엽 협의회 대표는 "현대산업개발은 저희에게 줘야 할 지체상금 1억원을 1800만원으로 후려치려 하고 있다"며 "건설사에 부과할 수 있는 페널티가 지체상금인데 현대산업개발은 그것마저 안 주려고 꼼수를 계속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현대산업개발에 완공 시까지 기존 납부금액 전체를 기준으로 하는 입주지연배상금 지급과 주거지원 종합대책 제안 철회, 관련 절차 진행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은 예비입주자들이 중도금을 납부한 건물을 철거하고 회사가 비용을 부담해 재공사를 진행하는 만큼 기존 중도금을 대위변제하는 방식으로 앞서 제시한 주거지원 종합대책안을 추진한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주거지원 종합대책안에 대해 더 설명하고 예비입주민들의 이해를 구해가면서 사고를 수습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중도금을 예비입주자 명의로 납부한 것이라면 이 역시 입주지연배상금 계산에 포함돼야 할 것으로 봤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지체상금은 보통 납입한 금액에 지체요율을 곱해 산정하다보니 중도금을 돌려주면 그 금액 자체가 없어 지체상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 같다"며 "다만 개개인별로 합의되지 않으면 마음대로 지체상금을 주지 않는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출 방식이든 자기납부 방식이든 예비입주자 명의로 중도금을 낸 게 분명하다면 지연배상금 계산 대상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한편 협의회는 조만간 서울시청 앞에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엄중 처분을 요구하는 집회를 계획 중이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