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수시입출금식 예금 5.5조↓…정기예금 늘어
은행 저원가성 예금의 증가세가 꺾였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돼 저축성예금의 이율이 오르자, 이자를 더 많이 주는 정기 예·적금으로 돈이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703조6123억원으로 전월 대비 9296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3월에 전월 대비 15조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4월에는 되레 8조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 가운데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15조5332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4762억원 빠졌다.
은행의 예금상품은 크게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으로 나뉜다. 이 중 요구불예금은 단기 자금으로 예금주가 언제든지 입금과 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품군으로 구성돼 있다. 직장인 급여통장이나 기업 자금거래 통장 등 흔히 볼 수 있는 입출금통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같은 상품은 예금주에게 지급되는 금리가 연 0.1%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은행에선 낮은 원가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핵심예금’으로 취급된다.
그동안 요구불예금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 속에서 높은 증가세를 보여 왔다. 코로나 사태로 기준금리가 ‘제로금리’ 수준까지 떨어짐에 따라 은행의 정기 예·적금 금리 이율도 덩달아 내렸다. 이에 저축성예금으로는 큰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자유롭게 현금을 인출해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으로 돈이 몰린 것이다.
하지만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8월부터 기존 연 0.5%였던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10개월 새 1.25%포인트(p) 끌어올렸다. 은행도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요구불예금 대신 수익성이 높아진 정기 예·적금으로 돈이 움직이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679조7768억원으로 전월보다 19조1369억원 불었다. 4월 증가 폭(1조1536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6.5배의 돈이 추가로 유입된 모습이다. 정기적금 잔액은 36조7597억원으로 전월 대비 8006억원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연 4% 이상의 고금리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본금리 1.5%에 우대금리 3.5%p를 더해 최고 연 5%를 받을 수 있는 ‘신한 쏠만해 적금’을 내놨다. 마찬가지로 최대 연 5%의 금리를 적용받는 케이뱅크의 ‘코드K자유적금’는 판매 시작 2일 만에 10만 계좌가 개설됐다.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 조달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의 낮은 조달비용을 활용해 얻는 마진이 있는 만큼 수익성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저원가성 예금은 결국 단기자금이라 길게 운용할 수 없고, 지급준비금 확보도 해야 하는 만큼 활용도가 낮아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
저작권자 © 신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