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윤대통령 취임 한 달… '파격' 그리고 '불안' 사이
[창간특집] 윤대통령 취임 한 달… '파격' 그리고 '불안' 사이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2.06.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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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 청와대'에… 사상 첫 대통령 '도어스테핑'
한반도 긴장지수 최고조… 북한 잇단 도발 과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새 정부가 출범한지 8일로 꼬박 30일이 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란 수식가 붙은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우려와 기대 속에 '탈(脫) 청와대' 후 용산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5년 중 이제 한 달이 지난 것으로, 윤석열 정부를 평가하기엔 시간이 짧다. 그러나 이 초반 행보를 통해 미래를 가늠해볼 수는 있겠다. 

한 달동안 윤 대통령은 '최초'의 모습을 많이 보였다. 사상 최초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게했고, 보수 정당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모습의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의 협치 문제와 북한 문제 등은 기습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향후 윤석열정부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사상 첫 출·퇴근하는 대통령
'지각' 논란엔 "출·퇴근 개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우리 국민은 사상 최초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게 됐다. 

윤 대통령은 관저로 사용할 서울 용산구의 외교부 장관 공관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서울 서초동 사저에서 출퇴근한다. 서초동 자택과 집무실 간 이동 거리는 7㎞ 정도다. 반포대교와 동작대교 외에도 상황에 따라 한남대교와 한강대교를 이용하며 출퇴근 하고 있다.

조만간 공관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한남동부터 한강로를 오가며 출퇴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을 같은 건물에 둔 대통령답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간단한 질의응답을 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역대 대통령들에게선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장면이다.

취임 이틀차이자 첫 공식 출근이었던 5월11일 윤 대통령은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된 소감'을 묻자 "글쎄 뭐 특별한 소감 없습니다. 일해야죠"라고 답했다. 

이는 한국 대통령 최초의 도어 스테핑(door stepping)으로 기록됐다. 

다만 이 출퇴근이 공개되는 것의 부작용도 발생했다. 

다름 아닌 윤 대통령이 '지각'을 한다는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당시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달 16일 "윤 대통령이 자율출퇴근제를 선언하실 모양"이라고 비꼬며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윤 대통령이 11일에는 8시30분, 12일에는 9시10분, 13일에는 9시55분에 출근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를 두고 "매일 40분씩 늦어지다가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도 있겠다"고 했다. 

이어 "시민들은 9시까지 출근하기 위해 새벽 별을 보며 집을 나서고 지각을 면하려고 비좁은 버스와 지하철에 올라 몇 번의 환승을 거쳐 기진맥진 출근한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분으로서 최소한의 성실함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출퇴근 개념 자체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통령의 출퇴근을 포함한 취임 이후 동정은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출근길마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대통령이 지각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의 업무는 24시간 중단되지 않는다. 출퇴근 개념 자체가 없다"며 "집권 경험이 있는 민주당이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거짓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그 어떤 법령에서도 대통령의 업무 시간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대통령은 국가 최고 통수권자로서, 24시간 내내 깨어 있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주요 정사(政事)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에게 고정된 업무 시간을 적용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이 외에도 윤 대통령은 시민들 사이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잦았다. 

취임 나흘 후인 지난달 14일 주말 오후에는 한 백화점에서 구두를 사는 모습이 시민들에게 포착됐고, 지방선거 당일인 지난 1일에는 청와대를 깜짝 방문해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대통령 표장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이 5월30일 공개됐다. 윤 대통령 뒤로는 반려견 토리, 써니와 함께 찍은 윤 대통령의 사진이 놓여 있다.(사진=대통령실 관계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대통령 표장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이 5월30일 공개됐다. 윤 대통령 뒤로는 반려견 토리, 써니와 함께 찍은 윤 대통령의 사진이 놓여 있다.(사진=대통령실 관계자)

 

◇ 대선 부터 지금까지
화제 혹은 논란의 '영부인'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대선 때부터 항상 화제 혹은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조용히 내조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영부인'이란 호칭보다는 '대통령 배우자'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김 여사와 관련한 논란이 있었을 때 영부인 지원 부서인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실제 공약대로 제2부속실은 폐지됐다. 

그런데 김 여사는 최근에는 이와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잇따라 '공개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주주총회를 통해 전시 기획사 코바나컨텐츠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한때 이 회사에서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김 여사는 윤 대통령 당선 후 내조에 전념하기로 하고, 사실상 폐업하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김 여사는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활동 방향에 대해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에는 대통령실 경내에서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이 ‘팬카페’를 통해 공개되면서 보안 문제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2부속실이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야권 인사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제2부속실 부활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영부인은 영부인의 임무가 있다"며 "제2부속실을 만들어 영부인을 영부인답게 보필하라고 하라"고 요청했다.

이미 대통령실은 부속실 일부 직원을 김 여사 전담 인력을 정해 일정 및 메시지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배우자팀'을 둔 것으로 제2부속실 직제 업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김 여사가 향후 공개 행보를 늘려가면 이 배우자팀의 역할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여소야대 '주도권' 쥔 지선 승리
잇단 미사일 도발 北... 핵실험까지?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협치'를 강조했다. 여소야대 정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인선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고, 거야의 힘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최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초기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 중앙과 지방 행정권력을 모두 쥐게 됐다. 

나아가 여소야대 구도를 돌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된 민심을 계기로 야권을 몰아세우기보다는 그간 내세웠던 '협치' 제스처를 더 부각하는 노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차가운 민심의 성적표를 받아든 더불어민주당으로서도 당분간 강경한 모습 보다는 일정 부분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협조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과의 관계에서는 주도권을 쥐게 됐지만,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아직 명확한 설정을 하지 못한 모습이다. 

북한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3차례의 미사일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취임 사흘째였던 지난달 12일 오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 데 이어, 같은달 25일에는 이른 아침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발사체 1발과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3발을 쏘며 시위의 강도를 높였다.

그리고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최소 2곳의 지역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쐈다. 이례적으로 다발의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전날 종료된 한미 연합훈련에 맞대응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7차 핵실험 준비 정황까지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와 도발에는 강경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지난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유화적인 대북 정책을 겨냥해 "일시적 도발과 대결을 피하기 위해, '굴종외교'라고 표현하는데, 저쪽의 심기 내지 눈치를 보는 정책은 효과가 없고 실패했다는 것이 지난 5년 동안 증명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치솟는 한반도 긴장지수는 정권에 큰 부담이다. 안보 불안은 곧 경제 불안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한반도 긴장이 완화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하는 최대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