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변두리서 대세로…부동산+기술 '프롭테크' 산업 혁신 가속화 이끈다
[창간특집] 변두리서 대세로…부동산+기술 '프롭테크' 산업 혁신 가속화 이끈다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2.06.0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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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업계 투자 유치 총액 2조3415억…전년 대비 10배 증가
지속 성장·먹거리 창출 가능성에 대기업 관심도↑…협업 확대
산업 기본 계획 수립·공공데이터 개방 등 정책적 지원 본격화

부동산 산업과 첨단 기술이 융합한 '프롭테크'가 진화를 거듭한다. 업계 종사자와 소비자가 경험한 혁신은 어느새 일상으로 스며들어 당연한 편리함으로 자리 잡아간다. 프롭테크 기업들의 시작은 잔잔하던 기존 산업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 같았지만 그 돌멩이들이 일으킨 물결은 이제 거대한 파도가 됐다. 신아일보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전통 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프롭테크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프롭테크가 부동산 산업 대세로 자리 잡을 준비를 마쳤다. 관련 기업 수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 국내 프롭테크 기업의 투자 유치 총액 증가율은 1000%에 육박한다. 성장성을 눈여겨본 국내 대기업들도 협업 또는 지분 투자 방식으로 프롭테크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일단 가능성을 인정받는 데 성공한 프롭테크 기업들은 하나둘 결실을 맺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새로운 시장에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정부 정책도 부동산·기술 융합 성과 창출에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프롭테크 업계 사업 분야와 관련 기업 현황. (자료=프롭테크포럼)

◇ 규모 급성장…서비스 다양화

8일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작년 국내 프롭테크 기업의 투자 유치액은 총 2조341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2143억원 대비 990% 많은 규모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건설·부동산 관련 분야에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IT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산업을 말한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하던 2013년 당시 부동산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1세대 기업들이 생겨난 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다.

프롭테크 기업 투자 유치액은 지속해서 증가세다. 2013년 153억원에서 2014년 783억원으로 늘었다가 2015년에는 521억원으로 줄었지만 2017년에 다시 143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 2018년에 1785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9년 6293억원으로 증가했다.

프롭테크 기업 수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한국프롭테크포럼 회원사는 2018년 포럼 창립 당시 26개 사에 불과했지만 2019년 11월 114개로 늘었고 2020년 11월에는 218개로 증가했다. 이날 현재 회원사 수는 331개를 기록 중인데 이는 포럼 출범 후 약 4년 만에 1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관련 기업이 늘어나면서 사업 분야 다양성도 확대하고 있다. 초기에는 부동산 매물 정보 제공 플랫폼 형태로 물건 정보 제공과 단순 검색이 일반적인 사업 모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을 결합한 기술이 등장하며 부동산 개발을 비롯해 △건축물 설계·시공 △부동산 관리 △상업용 부동산 정보 제공 △숙박 플랫폼 등 분야에서 신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1세대 프롭테크 기업으로 꼽히는 매물 정보 제공 플랫폼 '직방'과 '다방' 외에도 △상업용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알스퀘어'·'네모' △인공지능 기반 건축설계 및 실시간 3D 인테리어 서비스 회사 '어반베이스' △숙박·여가 예약 플랫폼 '야놀자'·'여기어때' △인공지능 기반 클라우드 기술 활용 공간 맞춤 솔루션 개발 기업 '야놀자클라우드' △모바일 기반 비대면 공사감리·공사관계자 협업 툴 개발사 '씨엠엑스' 등이 프롭테크 업계에서 사업을 영위 중이다.

2014~2021년 프롭테크 기업 투자유치액 추이. (자료=프롭테크포럼)
2014~2021년 프롭테크 기업 투자유치액 추이. (자료=프롭테크포럼)

◇ 혁신과 손잡는 전통 산업

프롭테크 시장 성장세에 맞춰 국내 대기업의 협업·투자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양질 상품을 생산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프롭테크와 협력관계를 구축 중이다.

현대건설은 호반건설과 함께 3D 설계솔루션 업체 '텐일레븐'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텐일레븐은 공동주택 사업지 지형과 조망, 건축 법규를 분석해 최적의 공동주택 배치 설계안을 도출하는 AI 건축자동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건설과 호반건설은 텐일레븐의 건축자동설계 솔루션을 활용해 설계·영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아파트 주거생활 플랫폼 업체 '아파트너'와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대우건설은 아파트너의 아파트 관리사무소 업무 자동화 기술 등을 통해 신규 입주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 편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포스코건설과 DL이앤씨는 부동산 VR(가상현실) 콘텐츠 솔루션 업체 '올림플래닛'과 업무협약을 맺고 VR 주택전시관과 체험존 등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도 드론 기반 시공관리 업체 '엔젤스윙'과 협업해 현장 안전 관리와 시공 기록 및 관리, 측량 등 업무를 드론을 통해 수행한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도 우미건설은 부동산 빅데이터 활용 개인 자산관리 회사 '집펀드'와 3D 인테리어 디자인 제공 업체 '어반베이스', 부동산·금융데이터 활용 부동산 시장 분석 회사 '리치고'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프롭테크 분야에 대한 고객 니즈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업계는 점차 영역을 확대 중이며 투자도 활발히 유치하고 있다"며 "대기업 협업 등으로 업계에서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안성우 직방 대표 겸 프롭테크포럼 의장이 작년 8월 청와대에서 열린 'K+벤처' 행사에서 강연하는 모습. (자료=직방)
안성우 직방 대표 겸 프롭테크포럼 의장이 작년 8월 청와대에서 열린 'K+벤처' 행사에서 강연하는 모습. (자료=직방)

◇ 정책 순풍 타고 성장 가속 페달

정부도 프롭테크 시장 확대를 위한 지원을 이어간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0년 12월 '제1차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프롭테크를 유망 신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힘을 보태기로 했다.

다양한 프롭테크 적용 공공시범사업을 통해 프롭테크 업체가 신규 사업모델을 개척하도록 유도하는 테스트베드를 지원할 계획이다. 프롭테크를 정책펀드 지원 대상에 포함해 유망 새싹기업의 성장 촉진에도 힘을 싣는다.

또 전문 연구를 거쳐 프롭테크 신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경쟁력은 있으나 인지도가 낮고 규모가 작아 직접 시장 개척이 어려운 업체의 해외 진출 전략도 마련 중이다. 프롭테크 업계가 소비자 요구사항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존 실거래 정보 외에도 아파트 창향과 건물 도면정보 등으로 공공데이터 개방을 확대할 방침이다.

프롭테크 기업들은 대체로 올해 업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다. 프롭테크포럼이 IT·TECH·스타트업 분야 회원사를 대상으로 올해 프롭테크 시장 전망에 관해 물은 결과 95%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고 부동산·금융 관련 프롭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시장 전망을 묻는 조사에서는 90%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산업이 초기 단계일 때와 비교해 현재 정부에서도 프롭테크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다"며 "프롭테크 업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정부의 프롭테크 육성 정책도 기대되는 만큼 앞으로 시장 전망이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