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조건에 다수 포진…시장 동향에 발 빠른 대응
국내 주요은행 사외이사 열에 넷은 대학교 교수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구성해야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에 맞는 인사를 찾다 보니 교수에 다소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7개 은행의 사업보고서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말 기준 이들 은행의 사외이사는 총 32명이다. 이 가운데 현직 교수거나 과거 교수 경력이 있는 인물은 14명(43.9%)으로 10명 중 4명꼴이다.
교수 출신이 아닌 나머지 이사진을 보면 전·현직 기업인 출신이 10명이고, 공공기관·단체 임원 5명, 법조인 3명 등으로 구성됐다.
은행 사외이사에 교수가 많은 이유로 까다로운 조건이 지목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사외이사는 금융과 경제, 경영, 법률, 회계 등 전문지식이나 실무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선임해야 한다. 단, 은행과 중요한 거래 관계가 있거나 사업상 경쟁 관계 또는 협력 관계에 있는 관계자는 사외이사로 둘 수 없다.
예를 들어 해당 은행의 법률 자문이나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2년 이내에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회계법인의 전문가나 금전거래가 있는 기업인도 후보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전문·실무지식을 갖추면서도 은행과 딱히 거래나 경쟁 관계가 없는 인사로 교수가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교수들은 각종 기관이나 학회, 단체 등에서 자문 역할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부 당국의 정책 방향이나 시장 동향 등 정보를 빠르게 파악, 대응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은행별로 보면 가장 많은 교수 출신 이사가 재직 중인 곳은 하나은행이다. 5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4명이 교수 출신이다.
배수일 이사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 교수를 맡고 있다. 이미현·최현자 이사는 각각 연세대와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명섭 이사는 과거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KB국민은행도 사외이사 5명 중 3명이 현직 교수다. 안강현 이사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며 유용근 이사는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올해 국민은행 이사진에 새로 합류한 문수복 이사는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출신이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SC제일은행은 각각 2명의 교수 출신 이사를 뒀다. 신한은행에서는 박원식(동국대 교수) 이사와 서기석(한양대 석좌교수) 이사, 기업은행은 김정훈(단국대 겸임교수) 이사와 정소민(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사, SC제일은행은 이은형(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이사와 장지인(중앙대 명예교수)가 포함됐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한 사람만 교수 출신이었다. 씨티은행에는 교수 출신 이사가 없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이사진을 구성하기 위해 매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
저작권자 © 신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