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감소엔 한계…기대인플레이션 해결책 필요
경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증세 논의에 불을 붙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23일 “증세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유례없는 유동성 대란에서 벗어나려면 일종의 선취수수료(큰 희생) 고통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세 카드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4일 정재계에 따르면 이 논쟁은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긴축의 시대 초입에 미국이 선취수수료 논쟁을 불붙였기 때문이다.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증세 논란을 촉발했다. (사진=한국은행)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큰 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고금리 정책을 밀어붙였던 폴 볼커 전 연준 의장과 선취수수료를 정면 거론했다. 볼커식 정책은 고질적인 고물가를 잡았지만 80년대 침체를 빚었다는 지적을 듣는다.
요컨대, 연준이 미국 고용이 당분간 타격을 받는 등 선취수수료를 물더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결기를 내보인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1000포인트(p) 급락하는 등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는 이보다 사정이 더 어렵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슬로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방편이 마땅찮다. 글로벌 긴축 기류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감축을 검토 한다. 하지만 대선 공약이던 50조원 추경에서 20조원 이상을 덜어내긴 어렵다고 알려졌다. 그만큼 긴요한 지출 필요가 많다는 뜻이다.
또 기준금리를 올리면 취약차주는 더 큰 타격을 받으므로 별도의 해법 준비도 필요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9월까지 대출 상환 유예를 해준 채권 중 부실채권은 상각해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렇게 기준금리를 올려도 재정지출 등 엇박자를 부득이 집행하면 기대인플레이션은 사실상 잡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할 거의 유일한 해법이 증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이 시행되면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재정건전성 유지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누진적 보편 증세 방식으로 능력이 있는 계층이 더 부담하는 걸 고려해 봐야 할 때”라고 짚었다.
물론 증세의 부작용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업투자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dogo8421@shinailbo.co.kr
저작권자 © 신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