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건비, 13% 늘었는데…고용 0.2% 상승
대기업 인건비, 13% 늘었는데…고용 0.2% 상승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04.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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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인건비 증가=고용 증가’ 공식 무너져
국내 대기업 120곳 연간 인건비 추이.[이미지=한국CXO연구소]
국내 대기업 120곳 연간 인건비 추이.[이미지=한국CXO연구소]

국내 대기업의 인건비 규모가 커져도 고용은 크게 늘지 않는 ‘고임금 저고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1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20곳 대기업의 지난해 기준 임직원 숫자는 전년 대비 0.2% 증가한 77만6628명에 그쳤다.

반면 임직원에게 지급한 인건비 증가 속도는 다소 달랐다. 이들이 지난해 지급한 총 인건비는 전년 대비 12.8% 늘어난 74조772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새 인건비가 8조원 넘게 많아졌지만 실제 고용 일자리는 1400명도 늘지 않았다.

CXO연구소는 “대기업에서 인건비가 증가하면 더 많은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인건비 증가=고용 증가’ 공식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인건비는 큰 폭으로 늘린 반면 고용은 소폭 수준으로 상승하다 보니 임직원 개인에게 지급되는 급여 수준은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이번 조사 대상 120개 회사 임직원의 2019년 당시 평균 연봉은 8253만원이었다. 2020년에 8549만원으로 3.6% 상향됐고 지난해 9628만원으로 9000만원대에 진입했다. 주요 대기업의 임직원 1인당 평균 연간 급여가 12.6%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금액으로 치면 임직원 1인당 평균 1078만원 정도씩 지갑이 두둑해졌다. 

지난해 기준 120개 대기업 중 임직원 평균 보수가 억대 이상 되는 ‘연봉 1억 클럽’ 가입 기업은 2019년 10곳, 2020년 13곳에서 지난해는 25곳으로 많아졌다.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연간 급여만으로 1억 클럽에 포함된 곳은 19곳이다. 이는 2019년 7곳, 2020년 8곳과 비교하면 10곳 이상 늘어난 숫자다. 메리츠증권(1억7912만원)이 선두에 섰고 카카오(1억7171만원), SK텔레콤(1억5579만원), NH투자증권(1억5324억원), 삼성전자(1억3923만원)가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일반 직원의 평균 연간 급여가 억대 클럽에 새로 입성한 곳도 11곳이나 됐다. 특히 삼성화재, 삼성SDS, 네이버, SK하이닉스, 삼성전기, 삼성물산, 포스코홀딩스, 금호석유화학, HMM, 롯데케미칼, 기아 등이 포함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국내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은 자동화, 기계화 등으로 고용 인력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노조와의 임금 협상과 회사 수익 창출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으로 내부 직원의 임금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문제는 중소기업의 연봉 수준이 대기업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문제가 인재 유탈 등 기업 생태계는 물론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