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당선인, 박근혜 만나 "면목없고 늘 죄송했다"
윤당선인, 박근혜 만나 "면목없고 늘 죄송했다"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4.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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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구 사저서 50여분 간 '화기애애' 분위기 대화
취임식 참석 정중 요청에 朴 "가능하면 참석하도록 노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당선인 대변인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당선인 대변인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 간 만남이 12일 극적 성사됐다. 이 만남이 다음달 10일 열리는 윤 당선인의 취임식 참석으로까지 발전될지 관심이 모인다.

윤 당선인은 TK(대구·경북) 순회 2일차인 이날 오후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해 50여분 간 대화를 나눴다. 다과로는 민트차와 한과가 준비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껄끄러웠던 과거에 대해 사과하고 정중하게 취임식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면목이 없다. 늘 죄송하다"고 밝혔다. 자리에 배석한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에게) '식사 잘 하시냐', '건강 잘 챙기시냐'고 여쭤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은 사실 '불편한 사이'다. 윤 당선인은 검찰 재직 시절 18대 대선 정국에서 벌어진 '국가정보원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 그는 국정감사에 출석해  수사 과정 외압을 폭로하며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이후 윤 당선인은 '국정농단' 수사를 진두지휘한 박영수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으며 다시 중앙으로 복귀했다. 이때 그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기소하는 등 전면에서 활동, 박 전 대통령의 중형 선고와 연관을 지닌다.

윤 당선인은 이를 "지나간 과거"라고 표현했다. 그는 만남 후 취재진과 만나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라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 속으로 가진 미안함, 이런 것들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이 '과거사'를 두고 직접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 진영에서 큰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 또 '국민통합'을 윤석열 정부의 핵심 가치로 강조하는 만큼 두 사람 사이 앙금을 해소하고 갈 필요성이 있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자리는 대체로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인수위원회 권영세 부위원장은 만남 후 기자들과 만나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했다"면서 "공개하기 적절치 않지만 (공개)했으면 좋을 정도의 내용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두 사람 사이 덕담도 오갔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굉장히 좋은 정책이나 업적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했던 일들, 정책에 대해 계승도 하고 널리 홍보도 해서 박 전 대통령께서 제대로 알려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께서 당시 내각과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자료를 봤고,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한 분들을 찾아뵙고 국정을 어떻게 이끌었는지 배우고 있다"고 부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본 경선에서) 표차가 얼마 안 났지만 대구에서 개표가 늦어지는 걸 알고 윤 당선인이 (당선)될 줄 알았다"면서 "대구 발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건 박 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 여부다. 윤 당선인의 정중한 참석 요청에 박 전 대통령은 "가능하면 참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