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5선으로 부친 같은 당 구심점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았으나 의외로 조용하던 상황을 드디어 끝내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대선 국면에서 부산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음으로써 몸을 푼 이후, 이번엔 금융과 실물경제 현안을 겨냥한 일석이조 지역경제 관련 법안을 마련한 것. 8일 정가에 따르면, 서 의원은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내놓고 국회 통과를 위한 의원들 설득 및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구상을 내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산업은행 노조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나, 부산 문현금융단지 발전은 물론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긍정적 반응이 각계에서 나온다. 이 이슈에 이어, 수출입은행도 함께 부산으로 옮기는 작업에 서 의원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나, 서 의원은 장제원 대통령당선인 비서실장 등과 협력해 산업은행 이전 법안을 지난 1월 마련한 바 있어, 이 문제에 가장 정통한 인물이자 발벗고 부산 발전을 위해 뛰는 정객이라는 평이 나온다. 산업은행 이전의 일련선상에서 수출입은행 문제를 다루고 나선 셈이다.
사실 부산에 이전할 경우, 산업은행보다 수출입은행이 더 유용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대표 항구도시인 부산의 지역 수출 특성 때문이다.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이 지난해 내놓은 '2021년 상반기 부산지역 중소기업 수출실적 분석' 결과를 보면, 2021년 상반기 부산지역 중소기업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한 36억1000만달러로 부산지역 전체 수출의 50.2%를 차지하는 등 대단히 역동적이다. 상반기 기준으로 201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2014년 기록한 37억4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2위의 실적이다.
코로나19 와중에도 분투하고 있는 부산 수출인들의 노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여기에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지역 수출을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책임지고 있다는 것.
부산중기청의 상기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작년 상반기 부산지역 수출의 50.2%를 담당했다. 수출기업 수 기준으로는 97.4%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터에 수출입은행이 내려가면 기존 수출 기업들이 한층 더 강한 수출 지원 혈맥을 새로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 지원 관련 금융허브인 수출입은행의 이동으로 그간 지방행을 망설였던 큰 기업들의 이전에 모멘텀이 될 가능성도 물론 높아진다.
여러모로 영세한 와중에 선전 중인 부산 수출 문화에 새로운 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절묘한 조치인 셈이다.
IBK기업은행을 부산에 옮겨 버리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일 뿐더러 진취적인 정신을 지역 전반에 고취할 수 있는 방편이 바로 수출입은행 이사 강행 조치라는 풀이마저도 뒤따른다.
이처럼 독특하고 효과적인 촌철살인식 법안을 내놓을 수 있는 건 그의 경제적 감각과 부산시장으로 일해 본 경험 때문. 지역 명문인 경남고를 나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박사'도 경제학 분야에서 따 왔다. 당 사무총장, 국회의원, 시장 등을 두루 역임해 식견도 넓다.
서 의원은 부산시장 재선을 노렸었지만,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북한과의 유화 분위기가 전국을 휩쓴 여파로 더불어민주당 측 후보에 패했다. 당시 지선에서 대부분의 지역에 '파란 바람'이 분 바 있다.
그러나 서 의원은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맞붙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끝에, 정치적 건재함을 확인했다. 서 의원이 김 전 장관을 정치적으로 거세한 것은 부산 민주당 당세를 전체적으로 꺾어버리는 효과를 낳아, 대선 등 이후 선거에 당을 위한 탄탄대로를 확보해 준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