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코로나19 감염병 충격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받고 빠르게 회복한 배경으로는 정보기술(IT) 산업 등 국내 신성장 산업 분야 기업들의 수출 효과가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그러나 이 부문은 원자재 수급 차질 여파 등 잠재적 위험에 앞으로 성장이 제약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30일 '조사통계월보 3월호'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박창현·이용대 한국은행 조사국 차장에 따르면, 2020년~2021년중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누적 성장률은 3.1%로 미국(2.1%), 유로지역(-1.6%), 일본(-2.9%), 독일(-1.9%) 등 주요국을 크게 웃도는 성적을 거뒀다.
비메모리 반도체, 전기차는 물론 이차전지(전기차 배터리), 바이오헬스 등의 성장에 따라 실질 상품수출이 2년간 9.4% 증가한 덕을 톡톡히 봤다.
신산업 분야는 국내와 더불어 전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며 성장하고 있는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 성장세가 뚜렷해졌다고 한국은행은 풀이했다. 2015년 2분기~2021년 4분기까지 신성장산업의 수출증가율은 전기 대비 6.9%에 불과하지만,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1분기~2021년 4분기까지의 증가율만 보면 14.7%로 2배 이상 늘어난다는 것. 특히 국내 총수출 부가가치유발액에 대한 신성장산업의 기여율은 2015년 20% 내외에서 2020년 이후 24%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용대 차장은 "국내 신성장분야 기업은 여타분야 기업에 비해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고 연구개발(R&D) 투자도 빠르게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이들 분야가 우리 경제의 수출과 투자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산업 분야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에 비해 시장점유율, 성장성 측면에서도 강력한 위상을 갖는다. 반도체의 경우 2020년 수출시장점유율이 약 10%로 중국, 홍콩에 이어 최상위권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차전지도 10% 이상 점유율로 중국에 이어 2위 수준이다. 전기차·이차전지 부문 역시 독일과 미국에 이어 빅 3를 구성한다.
각종 제도적 한계로 국내 바이오헬스 부문의 시장점유율은 5%에 미치지 못하며 독일, 스위스, 미국 등 다른 선진국 대비 취약한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국제신인도가 높아지고 기술투자가 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확대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모처럼 이렇게 우리 경제의 차세대 먹거리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높지만, 이들이 발목을 잡는 변수가 돌출하고 있다. 공급망 취약성 증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급 차질 위험이 불거지고 있다. 이것이 국내 신산업 분야 기업들의 가장 큰 잠재 위험이 된다는 게 한국은행의 우려 지점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지적된 신산업 분야 기업들의 잠재 리스크 요인은 원자재 수급불안,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 움직임, 해외 후발기업과의 기술격차 축소 세 가지다. 특히 원자재 수급불안은 필수 원자재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신성장산업의 영업이익률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한국은행은 언급했다.
신성장산업은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원자재·중간재의 대외의존도가 높다. 수입처도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다. 의료기기,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텅스텐의 경우 중국 수입 비중에 95%에 달한다. 2차전지에 사용되는 수산화리튬 역시 중국 의존도가 83%대다.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요한 네온, 크립톤, 제논 등 특수가스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수입을 합한 비중이 28%, 48%, 49%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종식되어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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