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승진' 임광현 vs '워커홀릭' 정철우…차기 국세청장 '폭풍전야'
'자동승진' 임광현 vs '워커홀릭' 정철우…차기 국세청장 '폭풍전야'
  • 임혜현·김보람 기자
  • 승인 2022.03.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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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차장 발탁 통한 조직 안정론 대두…순수 외부인 견제
"기수문화, 본청 조사국장 악용 고리 끊을 계기 삼자" 반대도

새 정부가 들어서는 가운데, 국세청장 교체설이 솔솔 새나오고 있다. 하마평을 두고 내·외부에서 흥미로운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결과를 두고 이목은 집중될 전망이다.

김대지 현 국세청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교체가 아니라도 올해 8월이면 만 2년의 임기를 채우게 된다. 그는 일명 ‘빅4 기관장’ 중 한 명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인사 색채를 드러낼 수 있는 교체 기회라는 점에서 도마에 올랐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차기 국세청장으로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임광현 국세청 차장과 임성빈 서울청장이다. 이들이 차기 국세청장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 꼽히는 이유는 ‘내부 승진론’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선 더러 정권 첫 국세청장을 외부에서 발탁해 분위기 쇄신을 노렸다. 참여정부는 임기 중 첫 국세청장 지명자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을 택했다.

이 시장은 재무 관료(재정경제원 출신)로 세제 관련 업무를 경험했다. 뛰어난 업무능력으로 유명한 외부인이 내리꽂히면서 국세청 본청 세리들은 당시 크게 긴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국세청장 경험을 바탕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며 건설과 행정안전 등 주요 부처 장관들을 역임했다.

보수 정권인 MB정부도 백용호 전 이화여대 교수를 국세청장에 발탁함으로써 호남 배려(전북 지역 명문인 남성고 출신) 명분과 함께 외부 거물을 활용한 국세청 군기잡기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아래는 인사 적체, 최상부는 기수 문화…인재 낭비

하지만 윤 당선인이 이런 외부 인사 활용 대신 내부 인사를 청장으로 밀어 올려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세청 조직의 변화를 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서 국민 경제와 가장 가까운 경제 기구이자 부정한 경제 활동을 제어할 감시 기구인 국세청의 전문성과 사기를 더 생각해 줘야 한다는 논리에 힘이 실린다.

당장 외부 출신 인선을 하기 보다는 2년을 채우면서 국내 경제와 기업경영 상황 등을 살피면서 발탁을 고려하자는 논의도 있다.

한 법학 연구자는 “어려운 시기 국세청장을 맡게 되는 인사들은 검찰총장(임기 2년) 등의 경우처럼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만큼 2년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장은 임기 2년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는 않으나 상당한 경우 이 정도의 임기를 누린다는 설명이다.

2년 임기 보장론은 필연적으로 김 청장의 여름 퇴장, 그리고 자연스러운 인수인계를 바라는 시각과 맞닿는다. 이들은 임 차장과 임 서울청장 등 현재 거론되는 주요 인물들의 발탁, 이른바 ‘추대하는’ 방안에 호의적이다.

조직 안정을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실제 경찰청장은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바로 아래 계급에 있는 사람 중에서 승진 임용하는 형식을 채택해 다음 수장을 점치는 데 지나친 깜짝 인사는 없도록 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다음 지휘권자를 놓고 벌써부터 하마평이 나온다. 사진 왼쪽부터 임광현, 정철우, 임성빈씨. (사진=연합뉴스)
국세청 다음 지휘권자를 놓고 벌써부터 하마평이 나온다. 사진 왼쪽부터 임광현, 정철우, 임성빈씨. (사진=연합뉴스)

다만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내부 중시 주장 자체엔 문제가 없으나, 우선 이 논리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손을 들어줌으로써 두 임씨 중 하나에게 청장실 열쇠를 맡기는 경우, 그간 국세청 상층부는 물론 조직 전반의 전투력 저하 요인으로 꼽혀온 ‘인재 조기 이탈 부작용’의 무한반복이라는 문제가 떠오를 수 있다.

이번 정부의 첫 국세청장인 한승희 전 청장은 1961년생으로 행시 33회 출신이다. 그의 발탁으로 젊은 국세청이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는 이은항 차장(1966년생, 행시 35회)-김현준 서울청장(1968년, 행시 35회) 체제가 편성됨을 일컫는 표현이었다.

이후 김 전 서울청장이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국세청장으로 떠오르면서, 고시 동기인 이은항 차장은 자연스럽게 밀려 나갔고, 차장에 행시 1년 후배이자 1967년생인 김대지씨가 임명됐다.

이후 김대지 청장 시대로 이어지면서 국세청은 타부처보다 빠른 행시 라인업이 반복 편성되는 무한루프에 들어섰고 인재 유출과 낭비론이 조심스럽게 대두됐다.

예를 들어 행시 37회지만 지방에서 일하고 있는 강민수 대전청장이나, 행시 38회인 김태호 대구청장 등은 이런 광풍 속에서 능력이 사장되는 불행을 겪고 있다는 평도 존재한다.

일선 세리들은 오랜 적체로 고생하는데 상층부만 기수놀이로 용퇴 압박을 받으며 ‘인재 낭비’가 계속됐다는 비판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빈씨(1965년생, 행시 37회)나 임광현씨(1969년생, 행시 38회) 발탁론 중 특히 임광현씨가 문제다. ‘차장이 자연스럽게 청장되는 추대론’은 기수에 따른 선배들 용퇴론에 불을 당길 수 있기 때문에, 일찍 공직에 입문한 임광현 차장이 본의 아니게 오해 받을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이른바 국세청 본청 조사국장 출신을 정권의 칼로 활용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대목이다.

◇차장 거쳐 청장 구도, 정권의 칼잡이 오해도

국세청의 조사 기능은 일선을 받치는 기능의 일부 백업 업무들을 빼고는 어느 곳에나 일상다반사고, 서로의 우열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력들이 상향평준화돼 있다. 하지만 본청 조사국의 역량은 일단 좀 더 앞선다는 평이다. 역대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개혁적 성격을 부각하면서 본청 조사국장 경력이 없는 이들을 국세청장으로 임명했지만, 결국 정권 말에는 본청 조사국장 경험이 있는 전군표, 한상률 전 청장을 골랐다.

전군표 전 청장은 2007년 말 인사청탁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고,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관련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현직 국세청장 첫 구속’이란 치욕을 조직에 안겼다. 후배인 한상률 청장 역시 전군표 청장에게 인사청탁을 하며 학동마을 그림을 상납했다는 논란 등을 겪었다.

MB 시대엔 국세청 조사국장 출신의 이현동 전 청장이 발탁됐지만, 결국 나중에 민주당에서 집권하면서 적폐대상으로 지목됐다. 그는 DJ의 비자금을 뒷조사하는 프로젝트에 관여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두 명의 국세청장 중 하나는 본청 조사국장 경력이 있었다.

사정이 이러니, 일각에선 특히 임광현 현 차장이 2020년에 본청 조사국장을 지내고 본청 차장을 거쳐 국세청 최고 지휘자로 앉는 구도는 약간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상황에서 새삼 상대적으로 구석에 있던 이들, 영남권 출신으로 인사에 물을 먹었던 인물인 강민수 대전청장 등을 택해 연령대나 경력면에서의 안정적 탕평책을 이번 정부가 구사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온다.

특히 정철우 교육원장(1966년, 행시 37회)은 하드 워커(hard worker)라, 부하들에게 인기가 없어 인사 불이익을 당한 경우라 배려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징세법무국장으로 일하던 시절, 강력한 업무 처리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현대판 암행어사’로 극찬한 ‘독한 인물’이기도 하다. 팬데믹 난세에 세무행정이 눈치 보지 않고 일에만 매달리는 기류를 만들기엔 적임자라는 평도 있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