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고졸 신화가 가장 많은 화이트칼라 직업군이다. 고위 임원은 물론이고 은행장과 금융그룹 회장까지 고졸 출신이 많다. 학벌보다는 능력과 성과 위주로 발탁하는 인사 분위기가 짙게 배인 결과로 풀이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은행권 현역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고졸 신화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과거로 범위를 확대하면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신상훈·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고졸 행원부터 시작해 수장 자리까지 영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 다수다.
은행권에서 고졸 출신 CEO가 많이 탄생하는 이유는 과거 시대상과 연관이 크다.
이들이 사회초년생이던 1970~1980년대는 어려운 가정형편 등을 이유로 상고 등을 졸업 후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은행으로 곧장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월이 지나 이들은 내부경쟁을 뚫고 승진을 거듭하면서 요직에 오른 것이다.
다만 이들이 끝까지 고졸에 머무른 것은 아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학업도 병행해 학위를 얻으며 본인의 가치를 높인 인물도 많다.
대표적으로 윤종규 회장은 광주상고(현 광주 동성고)를 졸업한 뒤 1973년 외환은행에 들어가 은행을 다니면서 1982년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했다. 이후 1985년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1999년에는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꾸준히 학업을 이어갔다.
강경상고를 나온 함영주 회장은 1980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서울은행에 입행한 뒤 이듬해 단국대 회계학과에 진학해 주경야독하며 졸업했다. 이후 미국 와튼스쿨 글로벌과정과 고려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진옥동 행장은 덕수상고(현 덕수고)를 졸업하기도 전인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1986년 신한은행으로 직장을 옮겨 근무하던 와중에 1993년 한국방송통신대, 1996년 중앙대에서 각각 경영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CEO 이하 다른 고위급 임원진에도 고졸 출신들은 다수 포진해 있다. 대표적으로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장은 광주상고 출신으로 윤종규 회장과 동문이다. 이병철 신한지주 부사장은 부산상고(현 개성고)를 졸업했다. 김성종 우리은행 집행부행장은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 출신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회장이나 행장 등 CEO 인사는 학벌보다는 능력이나 재직 기간 중 성과를 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라며 “현재 임원진에 상고 출신이 아직 다수 있는 만큼 이들 중 CEO가 탄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