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과 '현대캐피탈'의 확실한 분리. 현대캐피탈이 여름에 서울역 근방으로 이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분리 등 현안에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직속으로 현대캐피탈은 들어가고, 현대카드가 정태영 부회장·대표이사 영향력 아래 남는 문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거론돼 왔다.
다만, 2018년경 정태영 부회장이 몽니를 부렸다면, 현대캐피탈은 계속 여의도 국회 앞 사옥에 남아 현대카드와 한솥밥을 먹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틀린 말은 아니다. 과거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MK)은 둘째사위인 정태영 부회장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진취적 기상을 높이 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만 놓고 본다면 한때 기정사실처럼 이야기되던 정태영 금융그룹 탄생 구상(현대차그룹 내 금융 계열사들을 들고 분리 독립하는 아이디어)은 상당 부분 신빙성 있는 시나리오였다고 할 수 있다.
범현대그룹의 분위기 혹은 가풍을 생각해도 이것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고, 오히려 타당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니 정'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고이 키운 자동차를 조카인 MK에게 양보하라는 왕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라 넘겨주게 된다. 대신 몫으로 넘겨받은 게 현산이었던 것. 위의 교통정리에 따라 지분을 이리저리 정리하더라도 어느 정도 몫을 챙겨줘서 독립시키는 게 타당한 내부 관행(가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단추를 꿰기 시작하면서, 지배회사체제로 가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서 금융계열사의 독립구조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2022년 현재 기준으로 보면, 정의선 체제는 순환출자의 완전 해소를 못 했으나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다.
즉 굳이 몫을 떼어줘야 하는 이유가 사라진 것으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이 필요와 방법론의 문제에서 굳이 관행을 따지느냐, 현대차그룹에서 금융 관련사들을 대거 떼어주는 방안 대신, 차와 관련성이 큰 금융 파트는 직할로 챙기고 싶다는 생각을 앞세우느냐의 문제는 남고 이 중 후자를 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체제를 논의할 때, '교과서적으로' 금융과 산업의 분리원칙에 따라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현대라이프생명 등 금융계열사는 산업자본인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로부터 독립해야 했다. 따라서 2018년경 정리했다면(정태영 부회장이 주장을 강하게 했다면) 가장 완벽한 분리독립안이 될 수 있었는데, 어찌 보면 (정태영 부회장 측에서는) 실기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현대카드 뿐만 아니라 현대캐피탈까지 오롯하게 정태영 부회장 몫으로 남겨 줬어야 하지 않았냐는 주장을 하는 이들 중에는 또다른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과거 정태영 부회장이 '궂은 일'을 하면서 중고차 시장 노크를 해 둔 노력을 날리고, 이제 현대캐피탈을 직속으로 두고 현대차가 직접 중고차 장사를 하려 들면 곤란하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현대캐피탈을 현대카드에서 분리해 내고, 현대차 직할로 두는 것의 가장 큰 장점으로 대체적으로 금융권에서는 자동차 금융의 시너지를 거론한다. 즉, 현대차·기아의 해외 전속금융을 강화함과 동시에 중고차 사업에 대한 포석 확보를 편제 개편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해외 마케팅에서는 전속금융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해외 사업 역량을 높이려는 취지라는 게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에 본격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캐피탈과의 시너지를 염두한 것이라는 풀이도 뒤따른다. 현대캐피탈은 현재 중고차 매매업 라이센스를 가진 6개 전문업체와 '현대·기아차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정태영 부회장이 먼저 중고차 관련 이슈, 즉 '플카'를 키웠던 것을 기억하는 이들로서는 현대캐피탈이 지금 분리하면서 중고차 관련 박차를 가하는 것을 씁쓸하게 볼 수밖에 없다.
정태영 부회장이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인 플카를 키울 때, 금융업과는 거리가 있는 중고차 매매 사업에서도 정 부회장의 능력은 어김없이 발휘됐다고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으나, 심하다는 표표현을 하며 폄훼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플카의 성장세는 괄목할 정도였다. 불과 1년여 만에 등록된 중고차 매물 수 기준으로 업계 1위를 노릴 정도로 성장했던 것.
사위가 다져놓은 중고차와 금융의 접목을 이제 아들(정의선)이 모두 직접 챙기는 것은 그래서 시선을 모은다. 동생 포니 정의 몫인 현대차를 아들 MK에게 떼어줬던 왕회장식 교통정리를 현대차그룹은 지금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선긋기 구도에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