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후보자' 보다 '배우자'… 김혜경·김건희가 삼킨 대선
[정치포커스] '후보자' 보다 '배우자'… 김혜경·김건희가 삼킨 대선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2.1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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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배우자 리스크' 뇌관 눈길
여야, 거센 네거티브 공방전 주고받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 참석,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 참석,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대 대선 정국에서 '배우자 리스크'가 뇌관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배우자 김혜경씨는 일명 '황제 의전'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를 지닌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거대 양당은 '후보의 가족도 검증 대상'이라며 서로를 향한 날을 더욱 벼르는 모습이다.

◇與, 김건희 '주가조작 혐의' 맹공
윤석열 '공정' '상식' 정조준 나서

민주당은 김건희씨가 가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다시 띄웠다. 윤 후보는 정치 입문 당시부터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피력해 왔다. 민주당은 김건희씨가 주가조작이라는 부당한 방법으로 사적 이익을 획득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공정'에 직격탄을 던지는 전략을 펴는 모양새다. 

김영진·박주민·서영교·한병도 의원 등은 11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김건희씨를 즉각 소환조사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김건희씨는 주가조작 사건의 종범이 아니라 주범 중 한 명"이라며 "그동안 '사실이 아니다', '손해만 봤다'고 국민을 기만한 윤 후보와 김건희씨는 이에 대한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에 따르면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51만주를 싸게 제공받은 뒤 150여개의 계좌로 총 1600만주(646억원)을 거래헀다.  그뒤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자신의 계좌를 통해 40여 차례 도이치모터스 전체 주식의 7.7%에 해당하는 146만주(50억원) 어치를 약 4배까지 끌어올리는 '통정거래'를 통해 주가조작을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주가조작은 경제범죄 중에서도 최악의 중범죄고, 미국 경우 종신형을 선고받을 정도로 엄중한 범죄"라며 "김건희씨가 검찰 출신 대통령 후보자의 배우자라고 해 봐주기 수사로 일관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검찰을 향해 신속 수사를 재차 촉구했다.

송영길 당 대표도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김건희씨 주가 조작 건이 심각한 게 드러났다"면서 "김건희씨 계좌나 차명계좌를 이용해 약 7% 금액이 (주식) 거래가 됐다는데 이걸 소환조사도 안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최근 윤 후보의 '집권 시 적폐청산 수사' 발언을 염두에 둔 듯 "그야말로 윤석열 후보 가족이 다 적폐 가족"이라며 "적폐 수사를 누구를 하나, 자기부터 해야지"라고 비꼬았다.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대변인단도 맹공을 쏟아부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건희씨가 주가조작으로 최대 35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정확이 드러났다"며 "이 금액은 갓 취업한 사회초년생의 1200명의 월급에 해당한다"고  윤 후보가 재차 강조해 온 '공정'을 조심스레 타격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와 선대위는 증거가 나오자 이제 입을 다물어 버린다. 구체적인 반박도, 해명도 못한다"면서 "검찰총장 출신 윤 후보의 공정과 상식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는 절대 작동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 역시 같은 날 "이렇게 계속 시간만 끌어서는 가재는 게 편, 검찰은 윤석열 전 총장님 편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시간이 없는데 검찰만 느긋하다. 이토록 불법 거래의 정황이 뚜렷한데도 계속 수사를 미룬다면, 이 모든 책임은 검찰이 져야한다"고 검찰에게 김건희씨 대한 소환조사를 거듭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이런 의혹에 대해 "떳떳하기 때문에 답한다. 김건희 대표는 주가조작에 일절 관여한 바 없다"며 "김건희 대표는 공소장에 이름 한 번 나오지 않고, 수익을 배분받은 사실도 없으며, 시세조종성 매매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근 불거진 '과잉 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근 불거진 '과잉 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野 "'법카 소고기', 이재명도 먹었나"
'김혜경 엄호' 나선 與… 오히려 '냉랭'

국민의힘은 김혜경씨를 겨냥해 도청 법인카드를 사적 유용하고 공무원들에게 사적인 심부름을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자신은 큰 책임이 없는 양 유체이탈식 어물쩍 사과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맹공했다.

선거대책본부(선대본) 허정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법카(법인카드)로 소고기, 초밥 등을 시켜먹고 분당 맛집투어 하듯 음식 배달을 시켜 먹기 위해 도청 각부서 법인카드를 동원하는 게 도지사 몰래 가능한 일이냐"고 이 후보가 법인카드 사적 유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암묵적으로 넘어갔다는 취지로 공격했다.

허 상근부대변인은 "국민과 공익신고자가 궁금해 하는 게 '횡령 소고기', '횡령 샌드위치' 등 그 많은 음식을 대체 누가 먹었냐인데 이 후보도 그중 하나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성일종 의원 역시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후보가 같이 소고기 먹은 거 다 나온 거 아니냐"며 "제수용품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수없이 많은 음식을 배달시키고, 냉장고에 넣어놓고 이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상습범이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성 의원은 "이것을 가족들이 몰랐다고 뺀다고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그렇기 떄문에 일회성 사과로 끝날 것이 아니고 이에 대한 본인의 말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것이고, 그에 대해서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김혜경씨 논란 경우 민주당 관련 인사들의 섣부른 두둔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송 대표는 전날 TV조선과 인터뷰에서 해당 논란에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웠는데, (김혜경씨가) 직접 나와서 잘 사과하셨다"고 호평했다.

김혜경씨는 앞선 9일 일련의 논란을 두고 직접 공식 사과했다. 다만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의혹에 대한 해명 없이 '모두 내 불찰이고 부족함의 결과다',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등 두루뭉술한 입장을 밝혀 지적받았다.

피해자 A씨도 김혜경씨 사과 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김혜꼉씨는 정작 중요한 질문, 꼭 답해야하는 질문에는 하나도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다"면서 "'법인카드 유용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그 많은 양의 음식은 누가 먹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송 대표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왜냐하면 내용을 본인 자신도 잘 모르지 않겠나"라며 "(언론사에 제보한) 7급 공무원이 했던 내용을 잘 몰라서 아마 포괄적으로 사과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고 해명해 논란을 키웠다.

그는 앞서도 '나도 아플 때 비서가 약을 사다준다'고 대리처방 의혹을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언급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선대위 현근택 대변인도 A씨를 겨냥해 "9개월 동안 일을 하기 위해서 다닌 것인가 아니면 증거수집을 위해 다닌 것인가"라며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야당 측과 언론에 조금씩 흘리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라고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는 취지로 밝혀 '2차 가해'라는 지적을 받았다.

현 대변인은 김혜경씨의 사과 이후 "피해자를 탓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 "앞으로 이에 대한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유인태 전 국회의장도 전날 CBS라디오에서 김혜경씨가 휩싸인 논란에 대해 "한편으로는 조금 억울한 대목은 있다고 본다"며 "내가 지자체장들에게 물어보니 '지사 부인이 시장에 장 보러가는 거 봤느냐. 그럼 아마 기사가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혀 또다른 파장을 불러왔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해당 발언에 대해 "김혜경을 두둔하고자 나머지 도지사 부인까지 욕 먹이는 게 아닌가 싶다"라며 "수시로 장바구니 들고 전통시장이나 동네 장터에 다니는 나는 지사 부인이 아니고 국회의원이라서 뉴스에 안 나오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형동·유상범·최춘식 의원은 이날 이 후보와 김혜경씨에 대해 수행비서 임명, 사적 심부름, 공문서위조 및 횡령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고발을 했다.

유 의원은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5급·7급 공무원을 공직에 임명하고 나서 김혜경씨의 사적생활을 제언하는 집사 역할을 하는 건 그 자체로 직권남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인카드를 이용해 소고기와 각종 배달 음식을 구매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건 명백히 이 후보의 지시가 없다면, 김혜경씨가 알고 있지 않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이와 같은 국고손실 및 업무 횡령 행위 또한 공수처의 수사대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1.12.26 [공동취재]    uwg806@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두 공식 사과는 해… 등판 시기는
김혜경 '비공개' 유력, 김건희 '미정'

김혜경·김건희씨 모두 자신들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상황이다.

김혜경씨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내가 많이 부족했다"면서 "국민 여러분들께, 특히 제보자 당사자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몸을 낮췄다. 이어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사과를 이끌어 낸 건 이낙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위원장은 같은 날 선대위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혜경씨 논란에 대해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직언했다. 

아울러 김혜경씨를 둘러싼 여당 인사들의 비호가 오히려 국민 눈높이에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며 'SNS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김혜경씨는 김건희씨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한 공식 활동을 펼쳐 왔다. 하지만 '황제 의전' 논란 중심에 선 뒤 별다른 공식 일정 없이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대선후보 배우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기 위해 빠른 시일내 소규모·비공개 활동을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씨는 지난해 12월 허위이력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김건희씨는 당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내 잘못이 있었다"며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적은 것도 있었다"고 시인했다.  또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 많이 부족하겠다"며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다만 김건희씨는 허위이력 논란 이후에도 '7시간 녹취록'를 통해 불거진 '무속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혐의 등 그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이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 측에서도 김건희씨의 등판 시기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건희씨는 프로필 촬영을 하거나 포털 사이트에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해 공식 활동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공식 행보를 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