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남북대화 조건 안 돼… 한미 '종전선언' 문안 의견일치"
문대통령 "남북대화 조건 안 돼… 한미 '종전선언' 문안 의견일치"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2.02.1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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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3개월 앞두고 국내·외 8개 통신사와 합동 인터뷰
"北 '모라토리엄' 파기시 한반도 5년 전 위기 상황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뉴스통신사 교류협력체 '아태뉴스통신사기구'(OANA)의 의장사인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서면인터뷰를 한 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아태뉴스통신사기구 합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뉴스통신사 교류협력체 '아태뉴스통신사기구'(OANA)의 의장사인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서면인터뷰를 한 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아태뉴스통신사기구 합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임기 내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대화에 선결 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국내·외 8개 통신사와의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대화 의지가 있다면 대면이든 화상이든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대화는)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며 "선결 조건은 대화의 장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 대통령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가온 선거 시기와 선거의 결과가 남북정상회담을 갖기에 부적절한 상황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핫라인 가동을 비롯해 친서와 같은 남북정상 간 소통 여부 대해서는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여러 차례 만나 장시간 대화했고 깊이 소통하며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면서 "만나지 못하는 동안에도 필요한 소통을 해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했던 많은 노력들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노력했던 것을 최대한 성과로 만들고, 대화의 노력이 다음 정부에서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적대관계의 종식과 함께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고,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로 나가기 위한 과정으로 유용성이 있다"면서 "'종전'은 남북 간에 여러 차례 합의했었고, 북미 간에도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금 한미 간에는 북한에 제시할 '종전선언'의 문안까지 의견일치를 이룬 상태"라며 "중국도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 임기 내에 종전선언을 이루겠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지나친 욕심일 수 있지만, 적어도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더욱 성숙시켜 다음 정부에 넘겨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북미정상회담(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딜'로 끝난 것에 대해서는 "장기간 교착국면을 초래하게 돼 두고두고 아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빅딜이 성사됐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것이 어려웠다면 단계적으로 접근해나가는 스몰딜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싱가포르 선언'에 입각해 서로 수용 가능한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면 해법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북한과 미국이 다시 대화와 협상에 나선다면 진전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잇단 무력시위를 한 데 대해서는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우려가 많고, 나 역시 현재 한반도에 조성되고 있는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5년 전 북한의 연속적인 핵실험과 ICBM(대륙 간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에 조성됐던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상황을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세 차례 정상회담뿐 아니라 북미 간 사상 최초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은 큰 성과"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사상 최초로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 모인 15만 명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한 것은 남북 관계에서 최고의 장면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임기 5년간 전쟁 위기 상황을 극복하며 평화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했고, 군사적 대결 대신 대화와 외교로 방향을 전환시킨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만약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가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한반도는 순식간에 5년 전의 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며 "끈질긴 대화와 외교를 통해 그 같은 위기를 막는 것이야말로 관련국들의 정치 지도자들이 반드시 함께 해내야 할 역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우리 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한 결과로서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를 이루기 위한 매우 실용적이며 현실적인 접근으로 크게 환영하며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장기간 대화와 협상 국면이 열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라면서 "문제를 푸는 것은 대화일 수밖에 없으므로,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은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임기 종료를 3개월 앞두고 이뤄진 이번 인터뷰는 AP·교도·타스·신화·로이터·EFE·AFP통신, 연합뉴스 등 아시아·태평양뉴스통신사기구(OANA) 소속 국내·외 8개 통신사와 진행됐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