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 육박…정유업계, 호재 속 표정관리
국제유가 100달러 육박…정유업계, 호재 속 표정관리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2.02.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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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 하락에 수요위축 우려…"원유구매 부담만 가중될 수도"
잔사유 고도화 시설 전경. [사진=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 시설 전경. [사진=에쓰오일]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마냥 웃지 못 할 전망이다. 높은 정제마진과 재고평가이익은 가시화했지만, 제품 수요가 따라주지 않으면 자칫 원유 구매 부담만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7년여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배럴당 65달러 선이던 원유 가격은 불과 2개월여 만에 40% 가까이 치솟은 셈이다.

국제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와 예멘 반군의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 미사일 공격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앞으로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통상적으로 정유사에 호재로 작용한다. 정유사는 원유를 매입한 후 정제 과정을 거쳐 2∼3개월 후에 판매한다. 정유사로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원유를 구매해 보유하면서 가치가 오르면 재고평가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정유업계는 재고평가이익 뿐만 아니라 석유 제품 매출·마진 확대에서 비롯한 수익성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휘발유, 등유·경유 등 석유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제마진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넷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6.4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제외한 가격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업계는 배럴당 4달러∼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본다.

하지만 일각에선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반면 매출원가의 절반가량을 원유 수입 비용으로 지불하는 정유사에 대한 환율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와 더불어 환율도 덩달아 상승하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고유가·고환율 기조가 지속돼 원화 가치 하락이 장기화된다면 국내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돼 원유 구매 부담만 가중되고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더불어 환율이 크게 오른 건 사실이나, 최근 정유업은 수출 비중이 높고 제품시장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이 대폭 줄었다”며 “환율 상승 우려는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되고 있어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르더라도 이에 따른 리스크는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