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차기+차차기 촉각…이원덕·박화재 등 숏리스트 역할 관심
우리은행, 차기+차차기 촉각…이원덕·박화재 등 숏리스트 역할 관심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2.02.02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태승식 민영화+그 이후 작업 동반자 육성 눈길
미래 이끌 준재 위해 부사장직 확대 등 꾸준한 관리
리스크 관리 통한 발전 강조, 차차기 영향 가능성 커
우리은행 본점.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본점.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그리고 우리금융그룹의 미래를 두고, 딱 2년 전 이맘때가 떠오른다.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가 후보군을 3인으로 압축한 가운데, 설연휴가 지난 뒤 동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연휴가 끝나면 심층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 절차가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그런 한편 차차기 구도에 대한 관심도 관전 포인트로 부각될 전망이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지난달 27,28일간 논의를 진행한 끝에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을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수석 부사장, 박화재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전상욱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보 등을 숏리스트에 올렸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끝으로 권 행장이 물러나게 되면서, '손태승 체제 강화'라는 키워드가 더욱 공고해진다는 풀이가 나온다. 

우리금융은 최근 민영화 성공으로 한껏 물이 오른 상태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을 도울 신임 은행장 역할에 관심이 더 모아진다. 다만 이 같은 사항 외에도 여러 면에서 치밀한 준비 작업이 오늘의 성공적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 해석도 가능해 관심을 모은다.

◆2020년 롱리스트와 2022년 숏리스트 교집합을 찾아라?

우리금융의 주력인 우리은행은 2018년 지주사 전환 이후 손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면서 세대교체가 다소 늦어졌다는 평가도 한때 받았었다. 우리은행장을 빼고는 속속 시중은행장들이 60년대생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데 동참이 늦어졌던 것.

이 상황에서 2020년 1월 7명의 은행장 후보 롱리스트에서 3인의 숏리스트로 압축되면서, 구도가 확실히 신선하게 바뀌었다. 이때 숏리스트에 오른 세 후보자들 모두 1960년대생이었던 것. 권광석 후보가 1963년생으로 가장 젊었고, 김정기 후보와 이동연 후보가 각각 1962년·1961년생이었다.

그리고 모두 기억하는 바와 같이, 권 후보가 행장직을 거머쥐었고, 이후 다시 한 번 연임을 하면서(두 번 모두 1년짜리 임기를 받았다), 젊고 역동적인 우리은행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이때의 2020년 리스트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2020년 롱리스트, 즉 최종 명단(숏리스트) 도출 전 후보 명단을 살펴 보면, 하태중, 이원덕, 정채봉씨 등 걸출한 인물들이 거론됐음을 새삼 상기하게 된다. 특히 지금 2022년 연초 숏리스트에 오른 이원덕 후보를 찾을 수 있다. 

1월말 우리은행장 후보군으로 압축된 3인. 이원덕(왼쪽부터) 우리금융 업무총괄 수석부사장, 박화재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집행부행장, 전상욱 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 집행부행장보. (사진=우리금융그룹)
1월말 우리은행장 후보군으로 압축된 3인. 이원덕(왼쪽부터) 우리금융 업무총괄 수석부사장, 박화재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집행부행장, 전상욱 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 집행부행장보. (사진=우리금융그룹)

◆2020년 롱리스트 이후 '부회장직 확대'…다음엔 '리스크 영역'이 초점?

이번에 차기 은행장이 될 이는 누구일까? 모두 훌륭한 인재라 평가가 조심스럽지만, 유력한 차기 행장으로 이원덕 부사장을 주목하는 시각이 적지 않아 보인다. 1990년 입행 이래 자금부장, 전략기획부장, 미래전략부장단장, 경영기획그룹장,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두루 거치며 역량을 인정받았고 따라서 재작년부터 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인재 풀 구성원으로 부각됐다는 것.

이런 가운데, 그의 부행장 시절 행보와, 이후 전략부문 부사장 등을 역임해 온 근래 과정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20년 2월, 결국 권 행장이 깜짝 발탁되는 것으로 결론지어진 뒤, 손 회장은 남은 준재들의 위치 잡아주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때 가장 눈에 띈 조직 개편이 지주 부사장을 2명에서 6명으로 늘린 것이다.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이 부사장(사업관리부문)으로 이동시킨 점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었다. 김 부사장은 손 회장의 신뢰가 두터웠고, 권 행장과 2020년 연초 경쟁에서 막판까지 자웅을 겨룬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그를 챙기기 위해 부사장직으로 이동시킨 것. 여기까지가 가장 시선을 끄는 대목이었다면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았던 게 당시 함께 이뤄진 이원덕 부행장의 부사장 이동 조치였다. 정확히는 '그를 배려'했다기 보다는, 복수의 재목들을 배려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손 회장으로서는 권 행장을 띄우는 상황에서도 인재 풀 보호와 육성에 고심했고 나름대로 이 방식이 지금껏 효용성을 훌륭하게 발휘해 온 셈이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이원덕 부사장의 지난 여정이 가진 의미도 의미가 크지만, 이와 비슷하게 롱리스트에 의미를 갖고 들여다 볼 여지가 더욱 높아진다. 

그런 점에서 박화재 여신지원그룹 부행장과 함께, 전상욱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보를 주시할 필요가 제기된다. 손 회장은 이제 민영화 완성 그 이후를 위해 질주해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증권사 인수 등 이뤄나가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차기 은행장과 회장이 함께 도모할 부분들이 많지만, 이를 뒷받침할 준재들의 역할론과 그 과정에서의 자기 존재감 부각, 차차기 구도 퍼즐 완성도 중요하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이 상당히 큰 몫을 차지하는 구조상, 그 중요성이 여전히 크다. 그런 가운데 손 회장은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기반을 튼튼히 하고 이를 토대로 성장 구상을 쌓아나가자는 생각을 그간 여러 번 노출해 왔다.

은행 한 날개로 버틴다 해도 과언이 아니던 옛 시절은 물론, 다른 금융그룹들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ESG원년 시동부터 정의 내리기 과정에서도 무리수보다는 위기 관리가 강조됐다. 리스크 체계 '뼈대'를 잡아야 한다는 손 회장의 생각은 경영 흐름 내내 거론, 지적돼 왔다. 

이런 터에 리스크관리 영역에서 초식을 놓고 다져 온 전 부행장보의 역할론과 앞으로 할 일은 상당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부사장, 전 부행장보의 행보를 주요 관전 포인트로 기억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여신 파트의 베테랑 박 부행장 역할도 상당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등 살필 점이 많다. 향후 손 회장의 경영철학과 전략이 어떻게 구현되고 숏리스트에 포함된 경영진들이 어떤 성과를 내는지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