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3개 해운사 962억 과징금…해운업계 '반발'
공정위, 23개 해운사 962억 과징금…해운업계 '반발'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2.01.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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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공동행위 규정 해운 개정 방안 협의
해운협회 "해운법 취지 훼손돼선 안 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국-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 관련해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국-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 관련해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고려해운·장금상선 등 23개 국내·외 해운사가 15년간 이어진 한국-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함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운사들의 행위가 해운법상 신고와 협의 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불법적인 공동행위라고 판단해서다.

공정위는 12개 국제선사와 11개 외국적 선사 등 23개 컨테이너 정기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962억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의 담합을 도운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동정협)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65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주요 국적선사 사장들은 지난 2003년 10월 △한국-동남아 △한-중국 △한국-일본 등 3개 항로에서 운임 동시 인상을 교감하면서 담합이 시작됐다. 이들은 이후 동정협 소속 기타 국적선사, IADA(아시아 항로 운항 국내외 선사 해운동맹) 소속 외국적 선사도 가담했다.

이들은 최저 기본 운임, 부대 운임의 도입과 인상, 대형 화주에 대한 투찰 가격 등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또 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서로의 화물은 빼앗지 않기로 약속하고 자신들이 정한 운임을 준수하지 않는 화주의 선적을 거부했다. 세부 항로별 주간 선사·차석 선사를 정하거나 중립위원회를 설치해 합의 위반을 감시했다.

공정위는 이들이 대외적으로는 ‘개별 선사의 자체 판단으로 운임을 결정했다’고 알리며 담합 사실을 숨겼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운임 인상 금액은 1000원, 시행일은 2∼3일 차이를 뒀다.

해운법은 공동행위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23개 선사들의 행위가 절차상 요건을 갖추지 않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로 결론 내렸다.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로 인정되려면 선사들은 공동행위를 한 후 30일 이내에 해양수산부 장관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 전에는 합의된 운송 조건에 대해 화주 단체와 정보를 교환·협의하는 절차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공정위 심사관은 최대 8000억원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공정위 전원회의는 총 962억원만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최대 과징금의 10% 수준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해수부 국장이 직접 참고인으로 심판정에 출석해 충분히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줬고 관계부처 의견을 주의 깊게 청취할 수 있었다”며 “조치 수준을 결정하면서 산업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정기선사들의 운임담합에 대해 처음으로 제재한 이번 사건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선사들의 운임담합 관행을 타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해운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해수부와 협의 중이다.

한국해운협회는 공정위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고 입장을 표명했다.

해운협회는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과 함께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해운기업들은 해수부의 지도·감독과 해운법에 근거해 40여 년간 모든 절차를 준수하며 공동행위를 펼쳐왔지만 공정위는 절차상 흠결을 빌미로 애꿎은 해운기업들을 부당공동행위자로 낙인찍었다”고 비판했다.

해운협회는 “설령 절차상 흠결이 있다 하더라도 해운기업의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해운법의 취지가 훼손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해운협회는 ‘공정위 심결의 10대 오류’를 지적했다. 또 현재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해운법 개정안이 조속히 의결되도록 청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운협회는 한일·한중항로 운임 담합건과 관련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하고 현재 국회 계류 중인 해운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공정위 판단에 유감을 드러냈다.

농해수위원회는 “해운법에서 정한 절차를 일부 충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해운업의 특수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은 경영여건이 열악한 컨테이너 선사들을 도산 위기에 몰고 선박 등필수 자산을 매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해수위원회는 “해운공동행위 적용제외를 규정한 해운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 농해수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frog@shinailbo.co.kr